이유는 뭘까. 정부의 ‘분양가 통제’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심사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싸게 책정되면서, 이른바 ‘로또 단지’에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웃돈을 손에 쥘 수 있다보니 너도나도 청약시장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최근 분양원가 공개 확대 카드를 빼들었다. 내년부터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공공·민간주택을 대상으로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현행 12개에서 62개로 늘리기로 한 것이다. 공급원가 정보를 세분화해 공개토록 하면 분양가에 낀 거품을 걷어낼 수 있고 주변 집값도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수급(수요와 공급) 상황과 경쟁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정책은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부작용만 낳을 가능성이 크다.
원가 공개로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분양 때 가격을 눌러놓아도 입주 이후 시세(매매가)는 주변 집값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일수록 품질이나 주거 여건이 더 좋기 때문이다. 오히려 원가 공개를 우려한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꺼리면 향후 입주 물량이 줄어 매매·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적정원가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도 논란거리다. 원가는 기업의 생산성이나 기술력, 금융비용 등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이를 한 가지 잣대로 평가하면 기술 혁신 등을 통한 원가 절감의 유인(誘因)이 사라지고 경쟁력이 떨어질 게 뻔하다. 원가 절감 차원에서 분양가를 낮추다 보면 싼 자재를 써야 해서 주택 품질 저하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분양가를 낮춰서라도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반(反)시장적인 원가 규제로 분양가를 일률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정책은 실패하고, 그 피해는 주택 수요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가격 그 자체를 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주택을 한 채라도 더 공급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공급이 늘면 가격은 애써 억누르지 않아도 스스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분양원가 공개는 재고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