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에 논쟁적인 기사가 올라오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오고간다. 여기서 좌표는 기사가 게재된 웹페이지 주소다. ‘좌표’가 찍힌 기사의 댓글은 빠르게 늘어난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일수록 더 그렇다. 포털사이트 댓글은 최신순 뿐만아니라 추천순으로도 정렬된다. 어떤 댓글이 더 많은 추천을 받았는지를 두고 ‘고지전’이 벌어진다. 추천이 많을수록 댓글 상위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용자 81% “댓글, 여론에 영향”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창에서 고지전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댓글=여론’이라는 인식이 있어서다. 댓글이 그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가 돼 사람들이 반드시 읽는다는 점도 또다른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월 전국 만 19~59세 스마트폰 사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1.6%가 댓글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고 답변했다. 응답자들은 특히 포털사이트의 뉴스 댓글을 확인하는 이유(중복응답 가능)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고 싶어서(85.9%) △나의 의견이 평균적인 사회 의견에 해당하는지 궁금해서(52.7%)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49.0%)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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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은 연구 결과에의해 수차례 입증됐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 댓글이 정치인에 대한 판단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사람들은 댓글을 읽을 때 의미를 파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댓글의 논리성과 별개로 시간이 지나면 내용만 남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자신의 주장만 담은 댓글도 정치인의 인상(이미지)이나 그에게 투표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베스트댓글’이 독자들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문광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베스트댓글의 방향성이 일반 댓글의 동조효과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베스트댓글 내용이 긍정적일 경우 독자가 긍정적인 댓글을 작성한 비율은 57.6%, 부정적 댓글은 22.7%였다”고 말했다. 이어 “베스트댓글이 부정적일 경우 긍정적인 댓글은 25.4%, 부정적 댓글은 38.8%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댓글이 한쪽으로 쏠리면 돌이키기 힘들다는 얘기다.
정치인에게 카톡 메시지 수백개 보내기도
또 일부 시민들은 카카오톡 대화방을 이용해 국회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대화방에 국회의원을 초대하고 정치적 사안에 대한 입장을 물어보거나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한다. 의원들이 뒷말이 나오는 것을 우려해 대화방에서 탈퇴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 대화방에 적극 초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이런 대화방을 통해 하루에도 수백개씩 이런 메시지가 쏟아진다”며 “처음에는 의견도 제시하고 답도 남겼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이 남기는 글만 보고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