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메이커]승률 9할의 사나이…"고객에 비싸게 팔 해법 제공이 관건"

"제안서 단계에서 고객의 감동 이끌어 내야 생존"
사람이 곧 경쟁력‥인재 영입위해 수년간 삼고초려
  • 등록 2017-11-15 오전 4:59:48

    수정 2017-11-15 오전 4:59:48

[이 기사는 11월 14일(화) 8시에 이데일리 IB정보 서비스 "마켓인"에 표출됐습니다]

[이데일리 증권시장부 장순원 고준혁 기자] "고객들은 자신의 물건을 비싸게 팔고 싶어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이 비싸게 팔아주겠다고 하면 그건 사기다. 어떻게 최대한의 몸값을 받을 수 있을지를 보여줘야 한다. 제안서를 내는 순간부터 고객의 솔루션 프로바이더(Solution Provider)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


14일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GFC) 사무실에서 만난 권준석 삼정KPMG 상무의 표정에는 시종일관 자신감이 묻어났다. 자신감의 배경에는 탁월한 실적이 자리잡고 있다. 권 상무가 2012년부터 삼정KPMG 부동산자문팀을 이끈 뒤 가파른 실적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5년 전 10여명이 약 1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는데, 지금은 35명이 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만큼 덩치가 커졌다. 올해도 가장 큰 거래인 KEB하나은행 명동 본점 매각을 포함해 굵직한 딜에 이름을 올려둔 상태다. 그동안 뿌려놓은 씨앗을 고려하면 2~3년 내 매출이 70억원~80억원까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란 게 회사의 예상이다. 실력이 바로 숫자로 드러나는 자문시장에서 매출이 정체한 경쟁사와 견줘 월등한 성적인 셈이다.

◇승률 9할의 사나이‥“고객이 마음을 잡는 게 관건”

그는 경쟁력의 비결을 묻자 “부동산의 전반적인 부분을 두루 경험했다는 게 큰 도움이 된다”면서 “고객들이 몇 개월 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이 된다. 남들보다 한발 먼저 가서 기다리는 게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그는 쌍용건설과 글로벌 부동산 자문사인 CBRE코리아, 맥쿼리증권 부동산팀을 거치면서 설계와 시공, 컨설팅, 투자를 포함한 모든 영역을 거친 베테랑이다.

권 상무가 이끄는 팀은 최근 1년 새 10번의 제안서 프레젠테이션(PT)에서 9번이나 경쟁사를 물리치고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승률로 치면 9할이라는 성적을 거둔 것이다. 그런 권 상무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제안서라고 답했다. 그는 “부동산 매각 자문이나 컨설팅을 수주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트렉레코드(과거 실적)와 제안서”라면서 “그중에서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제안서를 쓰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이 원하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PT를 듣는 순간 고객에게 인사이트와 감동을 줘야 한다”면서 “우리와 일하면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기대를 하게 만들면 고객이 반드시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 직원 역량이 실력‥“찍은 사람은 모두 영입”

물론 고품질의 제안서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권 상무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혹독한 검열(?)을 통과해야 한다. 직원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상상 이상일 수밖에 없다. 권 상무도는 “최선을 다해 제안서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일감을 따내면 결국 개인의 역량강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직원들 스스로 가장 잘 안다”면서 “자신의 실적이 쌓이고 만족감이 높아지니 팀을 잘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 상무의 사람 욕심은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회계법인의 경쟁력의 근원이 결국 팀원의 역량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한번 영입해야겠다고 생각하면 결혼하고 싶은 여성을 대하듯 모든 정성을 다한다”면서 “지금까지 찍은 사람 중에 우리 팀으로 오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귀띔했다. 경쟁사에서 싫어할 수 있겠다는 질문을 하자 “사람에 대한 애착의 차이”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고객을 만나려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 뛰어다니지만 마음에 드는 직원을 영입하는데에도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 노력을 상대방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상무는 실제 경쟁업체에서 가장 유능하다는 실무진을 스카우트하려 2년 반 이상 설득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삼고초려’는 한두 번이 아니다. 권 상무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인내심을 갖고 업계 선수들과 수차례 만나 얘기하며 스카웃을 성공한 결과, 부동산자문팀의 인력규모는 5년 새 3배 가량 성장했다”며 “업계 최고의 드림팀을 구성해 부동산 자문시장 내에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조건으로 직원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고 그 덕분에 시장 판도가 바뀐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유통대기업 부동산 매각…해외 부동산 투자자문 주목

최근 삼정KPMG 부동산팀이 주목하는 곳은 골프장과 관광·레저·호텔, 리테일, 해외 부동산자문 분야다. 오피스 건물은 당연히 전략적으로 물러설 수 없는 핵심 전장이다. 오피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추가 수익을 낼 곳을 집중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권 상무는 특히 해외 부동산 투자자문에 공을 들일 생각이다. 국내펀드나 재무적투자자(LP)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재무분석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년간 삼정KPMG가 맡은 국내·외 부동산 투자자문 건수가 25건이 넘는다. 그는 “LP를 위해 단순한 숫자 분석만 아니라 시장이나 임차인 신용도, 산업전망까지 분석해 LP의 내부심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 분석 보고서를 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권 상무는 앞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전망에 대해 묻자 “부동산 펀드의 청산시점에 지속적인 매물이 나온다.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여러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보유한 자산도 여러 곳이 있다”면서 “그동안 자산매각에 소극적이던 유통대기업도 보유부동산을 팔아 덩치를 가볍게 가져가는 전략을 고민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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