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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한때 반(反)유대주의와 전제주의적 독재에 반발하는 등 반(反)체제 작가로 이름을 날렸던 옛 소련의 유명시인 예브게니 옙투셴코가 1일(현지시간) 말년을 보내던 미국 오클라호마주(州) 털사에서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옙투셴코는 1932년 시베리아 도시 이르쿠츠크 인근 지마에서 태어난 뒤 모스크바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19세 나이에 `미래의 전망`이라는 첫 시집으로 소련 작가협회에 최연소 회원으로 이름을 올리며 일찌감치 작가로서의 재능을 선보였다. 국내외에서 명성을 얻은 건 스탈린 사후 니키타 흐루쇼프 집권으로 해빙기가 찾아왔을 때였다. 그는 30여년간 소련을 지배하다 세상을 떠난 스탈린 독재와 관료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예술의 자유를 옹호하는 시들로 유명해졌다. 특히 1961년작인 `바비 야르`를 통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이 시에서 그는 1941년 우크라이나 키예프 인근 바비 야르 계곡에서 자행된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을 규탄하고 소련내 반유대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다만 1964년 흐루쇼프가 권력에서 밀려난 뒤부턴 저항정신도 무뎌지고 체제 순응주의자로 변신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1991년 옛 소련이 붕괴할 때까지 소련 정부가 제공하는 많은 특혜를 누렸고 해외여행도 비교적 자유롭게 하며 많은 독자를 확보했다. 한창때는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비롯해 러시아 내외의 대형 운동장에서 수십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시낭송회를 열며 팝스타와 같은 인기를 구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