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뇌공학 전문가인 정재승(사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4차 산업혁명은 10년 안에 올 것이고 구체적으로 실제 벌어지는 일”이라며 “제4차 산업혁명으로 완전히 달라질 비즈니스 지형도에 적응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IoT로 얻은 빅데이터에 AI를 더하면…
제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변화로 그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을 꼽았다. 정 교수는 “우리의 생각을 글로 표현한 소셜미디어를 알파고처럼 딥러닝(Deep learning) 방식으로 분석하면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된다”며 “이제 인간이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것 같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예측해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IoT를 통해 얻은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인간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이는 곧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과도 관련 있다.
이미 많은 세계적 기업이 제4차 산업혁명에 맞춰 서비스를 바꿔가고 있다. 카셰어링 업체인 우버나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 동영상 서비스업체 넷플릭스 등이 그 예다. 아마존은 소비자가 무엇을 사용하는지, 소비자를 분석해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하는 일을 모두 온라인상으로 올렸다. 주문이 들어오면 배송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이 올 것이라고 예상해 물건을 미리 포장해뒀다가 주문과 함께 바로 배송한다.
비즈니스의 큰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이 잘 적응할지 미지수라고 정 교수는 판단했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빅데이터를 모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그렇다고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이 허술해 개인정보가 잘 보호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지 않을 것에 집중하라”
기업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그는 역설했다. 인공지능에 지나치게 의존하다보면 인간이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결 당시 알파고가 결정한 수를 그대로 바둑판에 옮기는 아자황 같은 역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교수는 의료계의 알파고로 통하는 ‘닥터왓슨’을 예로 제시했다. 닥터왓슨은 미국에서 최고의 암센터로 꼽히는 MD앤더슨과 메모리얼슬론에서 활용되는 인공지능으로 수 십년 간 축적된 암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절한 진단과 치료법을 제안한다. 정확도는 96%를 훌쩍 넘는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전뇌적 사고를 강조했다. 정 교수는 “수학이나 언어 분야는 인공지능이 더 뛰어나겠지만 이는 인간 뇌에 장착된 지 1만~2만년 밖에 안된 신생 기능”이라며 “움직이는 동시에 말하고 감정과 욕망을 갖는 것은 7만년 동안 오랜 진화 끝에 학습한 고등 능력으로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은 영역”이라고 했다.
그는 “분석적이고 논리적이면서도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사회적이고 큰 그림을 보며 맥락을 잘 읽어내고 이를 통해 얻은 통찰을 예술적으로 잘 표현하는 인간은 있어도 이런 인공지능은 없다”며 “인공지능으로 많은 것이 대체돼도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낼 인간이라면 의미 있다”고 언급했다.
지금의 우리나라 교육은 언어 중추가 있는 좌측 측두엽과 논리적 계산을 잘하는 두정엽을 발달시키는 데 집중돼 있다. 모두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분야다. 정 교수는 “문과형 혹은 이과형으로 나누면서 자신의 뇌 반쪽을 자물쇠로 잠가선 안 된다”며 “우리 뇌를 두루 잘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정재승 교수
정재승 교수는 국내를 대표하는 물리학자로 카이스트에서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의사결정의 신경과학과 정신질환 모델링, 뇌-로봇 인터페이스 등을 연구한다. “과학은 과학자만의 언어로 주고받는 밀담이 아니라 친근하게 우리 옆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 그는 저서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로 과학 대중화에 기여했다. 최근에는 ‘10년 후 대한민국 이제는 삶의 질이다’는 저서를 통해 미래전략은 물론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과학기술과 ICT의 역할을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