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웃나라]'도쿄의 부엌' 쓰키지시장

  • 등록 2016-02-27 오전 6:00:00

    수정 2016-02-27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얼마 전 한국을 다녀간 미국 유명 토크쇼 진행자 코난 오브라이언이 노량진수산시장을 다녀갔다. 수산시장에서 애완용 낙지 ‘사무엘’을 샀다는 코난의 익살스러운 SNS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고 즐거워했다.

날생선을 잘 먹지 않는 중국인 관광객들도 최근 노량진수산시장을 찾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노량진수산시장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하루 100여 명에 불과했지만 현재 하루 1000여 명이 넘는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영향이다. 드라마에서 전지현이 개불을 먹는 장면이 나가면서 이른바 ‘전지현 개불’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이제 우리나라 최대 수산시장을 넘어 외국인 관광객들도 찾는 명소로 성장했다. 단순히 수산물만 사는게 아니라 수산시장 문화 자체를 즐기는 곳으로 변모한 것.

쓰키지시장의 전경
일본에도 우리나라와 같은 수산시장 명소가 있다. 80년 전통의 일본 최대 어시장인 쓰키지시장은 ‘도쿄의 부엌’이자 전세계 관광객들이 찾는 일본의 명소다.

1935년 개설된 쓰키지시장은 하루 평균 4만명 이상이 다녀간다. 시장 면적은 약 7만평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의 3배가 넘는다. 8개 도매업자와 약 1000개의 중도매업자가 있으며 주로 거래되는 품목은 수산물이지만 청과와 계육, 각종 가공품도 거래된다.

쓰키지시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흥미있어 하는 건 바로 참치 경매라고 할 수 있다. 다 큰 어른만한 참치가 경매에 오르면 중도매업자들의 손은 분주해진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낙찰된 참치는 참치 전문점으로 운반돼 해체 작업을 거친다.

참치의 해체 과정은 독특한 볼거리다. 큰 참치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큰 칼이 필요한데 자신의 키 절반만한 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해체업자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쓰키지시장에는 참치 외에도 성게알 전문점, 게 전문점, 조개 전문점, 튀김재료 전문점 등 다양한 전문점들이 늘어져 있어 각 매장마다 독특한 특색이 있다. 단, 장내시장의 경우 주로 도매로 거래되기 때문에 찬거리나 먹을거리를 사려면 장외시장으로 가는게 좋다.

쓰키지시장을 충분히 돌아봤으면 이제 먹을 시간이다. 쓰키지시장 근처에는 시장에서 막 사온 수산물로 만든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특히, 초밥의 경우에는 최소 30분 넘게 줄을 서야할 만큼 인기가 있다. 초밥 외에도 돈까스나 소고기덮밥 등도 유명하다.

8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쓰키지시장은 올해 11월 도쿄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 노후화된 시설 때문이다. 쓰키지시장 이전 문제를 두고 장외시장 상인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지금처럼 관광객이 많이 찾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노량진수산시장도 지난해 11월 새로운 건물을 완공했고 상인들의 입주를 앞두고 있다. 새롭게 단장한 노량진수산시장은 깔끔한 현대식 건물로 방문하기도 편리하다.

그러나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소식에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진다. 수산시장에서 풍겨나는 비릿내와 큰 목소리로 손님들을 끌어모으는 상인들의 모습은 어쩐지 새 건물과는 안 어울린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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