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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귀 현상을 보이면서 세입자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전세 물건이 최근 들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연말 들어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에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물량이 한꺼번에 몰려서다. 이 때문에 입주가 한창인 일부 아파트 전셋값은 두 달 새 최고 1억원 가까이 떨어졌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하지만 입주 초기 전셋값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시세가 빠른 속도로 회복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반면 서울·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입주가 잇따를 예정이어서 전셋값이 예전처럼 치솟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잇단 입주에 전셋값 최고 1억 ‘뚝’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이달까지 전국에서 입주하는 아파트는 총 8만 3153가구(조합원 물량 제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3% 늘었다. 서울·수도권에 입주하는 아파트는 총 3만 3583가구로 전년 동기(2만 8869가구)보다 16.3%(4714가구), 직전 분기(7~9월) 물량(2만 6929가구) 대비 25%(6654가구) 각각 증가했다.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오르막길을 걷던 전셋값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부동산114 시세 자료를 보면 서대문구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한 주 동안 0.16% 떨어지면서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지난달부터 5주 동안 0.29% 하락한 것으로, 서울 지역 평균(-0.1%)과 비교해 내림세가 가팔랐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 1단지 전용 84㎡짜리 아파트 전셋값은 이달 현재 4억~4억 1000만원으로 2달 새 5000만원 가까이 내렸다.
위례신도시도 3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며 0.2% 떨어졌다. 지난달 입주한 위례신도시 엠코타운플로리체 전용 95㎡형 전셋값은 3억 9000만~4억원으로 두 달 동안 1억원 넘게 빠졌다. 박성진 위례 원공인 대표는 “입주를 시작하고 2~3개월 안에 아파트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전세금으로 잔금을 내려던 집주인이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전셋값을 계속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남권을 제외한 서울 등 수도권 전세시장에 대한 내년 전망은 전문가별로 조금 다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 센터장은 “내년 초에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과 미국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매매 수요가 주춤하면서 전셋값이 상승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대단지 아파트는 입주 초반에 전셋값이 뚝 떨어졌다가 2년 후 재계약 때 회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원갑 위원은 “오는 2017~2018년 기반시설을 잘 갖춘 수도권 신도시 내 입주 물량이 70만 가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와 내년 입주 물량 과잉으로 전셋값이 떨어지더라도 2~3년 후 주변에 새 아파트가 또 쏟아진다는 얘기로, 전셋값 상승 폭이 크지 않거나 오히려 더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