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해외건설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255억 달러를 수주하며 누적 기준으로 700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2015년을 한 달 여 남겨둔 이 시점에서 지난해(약 660억 달러) 실적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와 연구기관들도 지난해까지 수주 전망치를 내놓았지만, 2014년 말부터 불어닥친 저유가 영향으로 올해는 전망치 설정을 아예 포기했다. 2015년 해외건설 수주(계약)액은 최근 5년 새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하고, 2010년 이후 최저치가 예상되는 등 빨간불이 켜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5년 평균 수주액·500억 달러 달성도 힘들 듯
국토교통부는 작년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전망치를 700억 달러로 잡았지만, 실제 수주액은 660억 993만 달러를 기록했다. 국토부는 국제 정세 불안과 유가 하락 등의 영향에도 전년 수주액(652억 1166만 달러)을 웃도는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고 평가했다.
해외건설은 1966년 사상 처음 1100만 달러를 수주한 이래 비상한 발전을 거듭해왔다.1974년 2억 6057만 달러를 거쳐 1996년 107억 7929만 달러, 2010년(715억 7881만 달러)에는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50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치를 기록할 위기에 빠졌다. 올해의 경우 2010~2014년 평균치(653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커졌다. 29일 기준 수주액은 최근 5년간 평균치와 약 247억 달러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기봉 국토부 해외건설정책과장은 “작년 말부터 저유가의 영향으로 올해 해외건설 시장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며 “관련 세미나에서 ‘불확실성’이 화두가 됐을 정도로 수주 실적 부진은 예견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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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들은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 지역을 뛰어넘어 다른 나라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진출 국가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중남미, 북미 지역으로도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업체별 수주액은 △현대엔지니어링 53억 7833만 달러(계약 건수 15건) △삼성물산 43억 5179만 달러(8건) △GS건설 41억 8811만 달러(8건) △SK건설 41억 7182만 달러(2건) 등이다. 연말까지 추가로 수주가 기대되는 곳은 아시아 국가들이다. 건설사들이 올해 중동을 제외한 지역 중 활발하게 수주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에 진출 국가수는 작년보다 늘었다. 해외건설협회 통계를 보면 올해 건설사들이 진출한 국가는 106개국으로 작년 동기(95개국)보다 12% 증가했다. 진출 국가가 늘었다고 해도 저가 수주의 영향으로 높은 실적을 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를 위해 진출 국가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저유가의 영향으로 쉽지 않다”며 “예전만큼 큰 금액은 아니지만 꾸준히 추가로 수주할 수 있는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 해외건설 시장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라진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도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핵 협상 타결로 개방된 이란 시장에서 발주가 이뤄진다면 업계에 새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상황을 더 지켜봐야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