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산업용 단말기 제조업체인 블루버드 얘기다. 이장원(49·사진) 블루버드 대표는 지난 1995년 이 회사를 설립했다. 지금은 이 회사를 세계 산업용 단말기 시장 4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강소기업으로 키워냈다. 디즈니랜드, 코카콜라, P&G 등 업계에서 가장 많은 3000여 개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7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국내 시장점유율은 45%에 달한다. 직원 수는 350명으로 이중 200여명이 연구개발(R&D)에 종사하고 있다.
일반인에게 생소할 수 있는 산업용 단말기는 △바코드나 RFID를 통해 재고·가격·원산지 등 제품 정보를 수집해 기업 전산망으로 전송 △결제 및 영수증 출력 △일반 컴퓨터 업무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휴대용 소형 컴퓨터를 의미한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휴대용 결제기도 산업용 단말기의 일부다.
지난달 23일 도곡동에 위치한 블루버드 본사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사업을 시작한 배경은.
△어릴 적부터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대통령 또는 과학자와 같이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품어 봤을 법한 막연한 꿈이었다. 하지만 그 막연함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나는 당연히 세계적인 기업가가 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상경대학에 진학했고, 공과대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겪은 가장 기억에 남은 경험은.
△부모님에게 지방에서 방을 잡는다는 거짓말을 하고는 돈을 받아 창업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하루라도 빨리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부모님이 주신 돈과 모아뒀던 비상금을 합쳐 8000만원으로 블루버드를 창업했다. 그때도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분명했다.
-소프트웨어로 시작한 이유는.
-하지만 결국 소프트웨어 사업을 접게 되지 않았는가.
△90년대 후반까지 많지 않은 인터넷 사용인구와 메신저나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을 활용할 만큼의 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트렌드나 인프라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제품의 성능에만 치중한 것이 패인이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것에만 집중해 현재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현재 환경에 적합한 서비스가 어떤 것인지를 보지 못했다. 결국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소프트웨어 사업은 2003년 완전히 접었다.
-이후 뛰어든 산업용 단말기는 소프트웨어 사업과는 거리가 있는데.
△시장의 성장성, 높은 진입장벽을 고려해 산업용 단말기 시장에 발을 들이게 됐다. 유통·물류 산업의 성장과 함께 산업용 단말기의 필요성도 더욱 커질 것이라 내다 봤다. 현재 전세계 산업용 단말기 시장은 7조원에 달한다. 유통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산업용 단말기 시장은 몇 년 안에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이런 성장성 있는 산업에 국내 기업은 전무했다. 대기업은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해야 하는 산업용 단말기 시장에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진입 자체를 꺼렸다.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최초 CDMA 단말기를 만들게 된 배경은.
△현장 실사를 나갔는데, 산업용 단말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겪는 가장 큰 불편함이 유선 단말기로는 수월한 현장 업무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당시의 단말기는 이동하면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유선전화와 같이 고정된 장소에서 사용해야 했다. 이를 혁신적으로 바꾼 것이 CDMA를 이용해 휴대하며 사용할 수 있는 ‘BIP1000’ 단말기다. 이를 통해 백화점이나 대형 유통마켓에서 한손에 단말기를 든 채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결재를 할 수 있고 재고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고객의 불편함을 기회로 전환시킨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블루버드가 세계최초로 개발한 산업용 단말기가 많다는데.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도 연구개발 없이는 이뤄질 수 없었다. 블루버드는 CDMA 결합형 산업용 단말기, 무선랜 결합형 산업용 단말기, 3G·바코드·RFID·GPS 기술 적용 산업용 단말기, 안드로이드·윈도우8을 동시 지원하는 산업용 단말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앞으로도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세계가 놀랄 만한 제품들을 출시할 계획이다.
-블루버드가 겪은 가장 큰 위기는.
△지난 2011년 몇몇 직원이 거래처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2011년 924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2010년 727억원, 2013년 540억원으로 급감했다. 매출액 감소뿐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 불신으로까지 여파가 번졌다. 직원들 사이에도 갈등이 생겼고 업무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블루버드는 내부적인 조사를 통해 70여명을 구조조정하는 과감한 인력 개편을 강행했다. 통상 고속성장하는 중소기업이 겪는 성장통으로 매출 감소는 있었으나, 기본에 충실하면서 과감한 구조개선과 혁신을 통해 성장통을 극복했다.
-향후 비전은.
△성장통을 겪었던 블루버드는 다시 세계 시장의 정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에 매출액은 700억원으로 전년대비 30% 성장했고, 올해는 지난해의 두 배인 14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는 150명의 인력을 채용하는 대대적인 인력 보강을 준비하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 최초 기술을 선보여,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 최고가 되는 산업용 단말기 기업을 만들겠다.
◇이장원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교 산업공학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졸업과 함께 1995년 블루버드를 설립했다. 소프트웨어 회사로 시작했던 블루버드는 2000년 산업용 단말기 제조로 산업 분야를 확장해 2002년 세계최초 CDMA 산업용 단말기 BIP1000을 제작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의 업적을 인정받아 2005년 산업자원부 벤처기업대상, 2013년 무역의 날 대통령 표창 등 여러 수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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