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th SRE]증권업, 새 먹거리 찾아라

수익성 악화에 규제 강화 '이중고'
  • 등록 2013-11-13 오전 7:00:00

    수정 2013-11-13 오전 7:00:00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여의도 찬 바람이 더 매서워졌다. 주식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까지 강화되며 증권사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거래량 부진으로 수익은 크게 줄었는데, 투자자 보호와 규제는 강화돼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60여 개가 넘는 증권사들이 난립하면서 출혈 경쟁만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회 SRE에선 전체 111명의 설문 응답자 중 46명(41%)이 증권업을 구조조정이 필요한 산업이라고 꼽았다. 지난 17회때 전체 설문 참여자의 11% 가량이 증권업을 최근 신용위험이 가장 많이 상승한 산업이라고 답한 바 있다.

출혈 경쟁과 수익 악화

지난 2008년 2월 자본시장법 도입으로 증권사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국내 증권사의 경쟁을 유도하고,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 대형 투자은행(IB)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대형 투자은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007년 54개에 이르던 증권사는 2009년 62개사로 늘어난 뒤 현재까지 그 수를 유지하고 있다. 경쟁에서 밀려난 증권사들이 활발하게 M&A 시장에서 거래될 것이라는 예상이 철저하게 빗나간 셈이다.

대신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수수료율은 하락했다. 기술 발달도 수수료 감소에 한몫했다. 온라인 거래 비중이 높아지면서 모바일홈트레이딩(MTS) 시스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수수료 할인 이벤트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너도나도 ‘최저 수수료율’을 외치면서 제살 깎아먹기 경쟁에 돌입했다. 2000년 초반 키움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의 0.025%가 업계 최저 수수료율이었지만 현재는 KTB투자증권의 0.010%가 최저 수수료율이다. 2007년 0.149%였던 평균 수수료율은 지난해 0.093%까지 하락했다. 펀드 수수료율과 IB 수수료율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국내 증권사 주요 수입원이 대부분 수수료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 총 수수료 손익은 4조6329억원으로, 이는 전체 증권사 이익의 62.6%에 달한다.

한편 증권사 수수료 손익에는 수탁 수수료, 펀드판매 등의 자산관리 수수료, IB관련 수수료로 나뉘는데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수탁 수수료이다. 전체 수수료 손익에서 70% 가량을 차지한다. 그러다보니 시장 상황에 따라 증권사 실적 부침 현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

거래대금 축소로 수탁 수수료가 줄어드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일평균 주식거래대금은 6조3000억원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올해 들어서는 이마저도 일평균 4조69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더욱이 최근 글로벌 경제 회복 움직임으로 양적완화 축소, 금리 상승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향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이탈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감도 확대되고 있다. 거래대금 감소와 수수료율 하락은 결국 증권사의 위탁영업 실적 저하로 이어진다. 지난해 증권사의 총 위탁영업 수수료는 전년대비 35% 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채권영업을 통한 이자손익 영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당 기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운용금리가 하락하고 있기 때수익성 악화에 규제 강화여의도 찬 바람이 더 매서워졌다.

주식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까지 강화되며 증권사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거래량 부진으로 수익은 크게 줄었는데, 투자자 보호와 규제는 강화돼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60여 개가 넘는 증권사들이 난립하면서 출혈 경쟁만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콜자금 조달 비중을 축소하는 규제가 시행되고, 증권사 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어 조달금리의 하락폭이 운용금리의 하락폭을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시장 활성화 엇박자

증권업의 성장 둔화와 수익구조 획일화가 구조적인 문제로 부각되면서 증권업계의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금융위원회는 동일계열 복수 증권사 허용, 장외파생상품 신규인가 제한폐지, 개인 주식 매입자금 대출 잔액규제 폐지,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증권사 영업활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또 올 초에는 IB 활성화를 위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이라는 대형 증권사 자격 조건을 맞추기 위해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은 대규모 증자도 단행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표됐을 때 증권업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중심의 수익모델 한계를 벗어나 장기적으로 획기적인 수익확대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어. 해외시장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대안으로 여겨졌다. 해외 대형 금융투자회사는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국내 금융투자회사는 해외 부문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전무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실질적으로 증권업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오히려 최근 투자자보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증권사 영업력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펀드판매 수수료율 인하, 신용공여 연체 이자율 인하, 고객예탁금이용료 지급수준 상향은 증권사의 수수료 수입감소와 비용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자기자본 대비 25%이내로 콜차입 비중을 제한하기로 한 규제안은 사실상 초단기 저금리 자금으로 채권을 운용해 이익을 취해 왔던 증권사의 이자마진을 축소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라는 미명아래 자산유동화증권(ABCP) 등 각종 파생상품 발행 규제를 강화하면서 다양한 상품 개발 및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 창출을 제한하고 있다.

원재웅 동양증권 연구원은 “시황에 흔들리지 않는 수익을 창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자산관리보다 상품운용, 상품개발능력 향상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M&A를 포함한 시장의 구조조정이 자발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증권업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뒷받침 돼야한다. 현재 아이엠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등 다수의 증권사가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하태경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증권사의 저수익 구조는 구조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며“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점을 감안하면 위탁영업, 채권영업에 국한된 증권사의 사업구조는 어느정도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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