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감 반성문이 없다

  • 등록 2013-11-07 오전 7:00:00

    수정 2013-11-07 오전 7:00:0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국정감사는 왜 하는 거죠?”, “소리 지르면서 자기가 할 말만 하잖아요.”

최근 대학생들에게 국감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들이다. 대부분 관심조차 없었다. 내용도 결과도 없는 ‘쇼’를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에너지 공기업들의 방만경영은 어김없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의원들은 국감 내내 공기업의 설립 ‘취지’를 논했다. 공기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기업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정작 국회의원들은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국감의 취지를 잘 실천했는지 의문이다. 특히 논란이 됐던 비위 임직원들의 거액의 퇴직금 문제를 살펴보자. 지난해에도 거론됐던 얘기다.

공기업 임직원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퇴직금을 받는다.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기업이 자율적으로 적용하는 내부 규정도 이 법을 토대로 마련됐다. 다시 말하면, 현행법에는 공공기관 임직원의 비위에 대한 획일적인 징계규정이 없다는 얘기다.

법을 제정할 책임은 입법부에 있다.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들어 놓지 않고, 형식적이나마 법을 따른 공기업을 나무란 꼴이다. 공기업들이 잘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의원들이 이같은 사실을 정말 몰랐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지난 6월 김상훈 새누리당 의원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공공기관 임직원이 비리를 저질러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기관장이 의무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송호창 무소속 의원도 7월 같은 법에 대해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일부 의원들이 지난해 국감 이후 문제의식을 느끼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결과물이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지난해와 동일한 사안으로 목소리를 높이는데 급급했다. 답변은 듣지도 않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도 개선책은 내놓지 않았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국감을 이용하는 것처럼 비춰진 이유다.

의원들은 스스로 ‘국민의 대표’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자신이 뽑은 국회의원이 잘 하고 있는지 국감을 살펴본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든다. 올해도 국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높았다. 국민의 대표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국회의원들은 국회의 설립 ‘취지’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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