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옐런 미 연준 의장 지명의 의미

  • 등록 2013-10-16 오전 7:30:00

    수정 2013-10-16 오전 7:41:42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이 차기 의장으로 지명되었다. 그녀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연준 이사와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을 역임했고 2004-10년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를 거쳐 2010년 연준 부의장에 임명되었다. 70년대 말에는 연준 실무자로 일하는 등 연준에서 잔뼈가 굵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명 연설에서 그녀를 “가장 탁월한 경제학자 겸 정책입안가의 한 사람”으로 치켜세우며 주택과 금융시장 버블을 예견한 판단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녀는 100년 연준 역사상 최초의 여성 지명자다. 1979년 폴 볼커 의장 사임 이후 35년 만에 민주당 출신이 중앙은행의 좌장이 된
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에 이어 3대 연속 유대인 출신이 지명된 것도 진귀한 기록이다. 여론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마이클 페레리 JP모건체이스 수석 경제학자는 “시장은 친숙한 인물이기에 안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셔로드 브라운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번 지명은 여성과 연준에 매우 역사적 사건”이라며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제프 머클리 민주당 상원의원 역시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 연준 부의장 경험이 그녀를 훌륭한 연준 의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기대를 걸고 있다. 미 상원의 인준과정은 비교적 순탄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연준 부의장 임명에 반대했던 밥 코커 공화당 상원의원이 비둘기파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조직적 반대운동을 펼 것 같지는 않다.

옐런 지명의 의미는 무엇일까. 지난 6년간 추진해온 저금리 정책을 지속해달라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실업률이 7.3%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신축적 금융정책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오바마의 바람이다. 공화당 반대로 연방정부 폐쇄 위기가 해결될 기미가 없고, 국가채무 디폴트 사태가 우려되는 까닭에 연준의 보다 적극적 역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물가안정의 파수꾼이라는 전통적 임무에서 벗어나 성장, 고용창출이라는 보다 포괄적 미션 수행을 요구받고 있다. 적극적이고 선제적 금융정책을 강조하는 옐런의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과 진보적 시민단체는 차기 의장은 월가로부터 자유롭고 금융시장을 보다 엄격히 규율할 수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가 이에 화답한 것이다.

옐런의 당면과제는 무엇일까. 첫째로 언제 어떻게 월 85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시작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상반기 벤 버냉키의 양적완화 축소 의사 표시만으로도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자본시장이 요동치고 단기금리가 급등했다. 미국, 유럽 증시도 급속한 부침을 겪었다. 그녀는 물가안정보다 성장, 고용을 상대적으로 중시하며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는 금융인이다. 따라서 양적완화 시기나 규모가 버냉키 때 보다는 좀 더 신중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녀는 지명 수락연설에서 “경기 회복을 위해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둘째로 첫 여성 의장으로서 리더십이 보수적인 연준에서 본격적 실험대에 오를 것이다. 특히 19인 공개시장위원회를 그녀가 어떻게 이끌어갈지 시장의 관심이 크다. 그녀는 중구난방식 의사결정은 금융정책의 실효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비둘기파적 견해를 못마땅해 하는 공화당과의 원만한 관계설정도 쉬운 과제가 아니다. 정기 기자회견 개최 등 그녀가 역점을 두어 온 정책 투명성 이슈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어떨까. 해외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의 하나가 제거되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유럽중앙은행도 이제 본격화되는 유럽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출구전략 연기론 확산은 우리 증시에 청신호가 될 것이다. 외국 투자가들이 기본적으로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을 신뢰하고 한국을 투자 안전지대로 인식하고 있는만큼 신중한 투자행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옐런은 “정책은 예측 가능하고 룰을 존중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옐런의 연준은 “분명하고 예측 가능한” 중앙은행이 될 듯하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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