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아파트. 이 단지 전용면적 116㎡(평균 시세 11억원)은 지난 4일 7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전세시장에서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전용 85㎡ 초과 중대형이지만, 전셋값은 지난 7월 6억원에서 두 달새 무려 1억5000만원이나 뛰었다. 잠실동 L부동산 관계자는 “중대형 아파트 세입자가 비슷한 규모의 집을 사려면 최소 3억~4억원이 더 필요하고 저리 대출도 불가능해 매매로 갈아타기가 쉽지 않다”며 “중대형 아파트 전세 수요는 늘고 있지만 물건이 많지 않아 전셋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수도권 전세난이 중소형에서 중대형 아파트로 옮겨가고 있다. 8·28 전월세 대책 발표로 중소형 아파트 매매시장은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중대형은 집값 하락, 매매 부진, 전세 물량 부족 등의 ‘3중고’가 맞물려 전세난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 ▲8·28전월세 대책 이후 서울·수도권 전세난이 중대형으로 옮겨가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가 많이 몰려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제공:국토지리정보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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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형 전세난의 가장 큰 원인은 집값 하락과 매매 부진에 있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매매를 기피하고 전세를 찾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12일 국민은행 KB부동산알리지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서울·수도권의 중소형 아파트 매매가는 8·28대책의 영향으로 전주보다 0.02% 올랐지만, 85㎡ 초과 중대형은 전주 대비 0.14%가 떨어져 최대 하락 폭을 나타냈다. 반면 전셋값은 중소형(0.42%)보다 중대형(0.48%)의 상승 폭이 더 컸다. 경기지역도 중대형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보다 0.22% 내렸지만 전셋값은 0.5% 올랐다.
거래도 얼어붙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중대형 비중이 높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거래된 전용 85㎡ 초과 아파트는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144㎡형 등 단 5건에 불과하다. 강남3구의 아파트 매매는 지난달 하루 평균 11.3건에서 이달 17.5건으로 55% 늘었지만, 중대형은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전셋값은 초강세다. 중대형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권과 목동, 경기도 분당·일산신도시, 용인시 등은 가을 이사 수요와 맞물려 중대형 아파트 전세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우성3차 전용 161㎡는 지난달 6억원에 전세 거래됐지만, 지난 4일에는 전셋값이 6억3000만원으로 보름 새 3000만원 가량 올랐다. 양천구 목동 금호어울림2단지 전용 102㎡ 전셋값도 최근 한달 새 2000만원 정도 올라 3억8000만원 선이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한양아파트 전용 135㎡는 지난달 말 3억8000만원에 전세가 나갔지만 지금은 4억3000만원 선으로 보름 새 5000만원이 올랐다. 인근 유명공인 박종기 대표는 “가족 구성원이 많아 어쩔수 없이 중대형에 거주하는 중산층 세입자이 많은 분당에서 중대형 아파트 전세를 얻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며 “수요에 비해 전세 물건이 워낙 없다보니 가격도 강세”라고 전했다.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버들치마을 경남아너스빌 102㎡는 이달 들어 5000만원 가량 올라 2억8000만원 선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8·28 전월세 대책에서 취득세율 1%가 적용된 집값 6억원 이하 주택은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매매 전환의 기준이 되고 있다”며 “6억원을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연말까지도 전세난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달 초 기준 주간 서울·수도권 아파트 면적별 매매·전세가 변동률. <자료:국민은행·단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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