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를 비롯해 기업들의 스팩에 대한 불만은 크다. 상장심사 문턱은 IPO 못지않게 높지만, 상대적으로 유리한 점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합병 과정에서 주주총회 등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IPO보다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고 있다. 한마디로 직상장보다 ‘실(失)’이 더 많은 셈이다.
한 증권전문가는 “IPO는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공모 청약에 나서면 되지만, 스팩은 합병주총 특별결의까지 통과해야 한다”면서 “주총 통과도 쉽지 않지만, 이 과정을 챙기는 것만 해도 IPO보다 2~3개월 정도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특단의 제도 개선을 통해 합병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피합병 법인 심사에서 질적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IPO와 비슷한 심사를 받는다면 기업들이 굳이 스팩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부실한 기업이 상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겠지만, 주관사가 이름을 걸고 하는 만큼 주관사의 평판과 투자금액을 담보로 심사를 일정 부분 완화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스팩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데에는 천편일률적인 포맷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증권사들이 스팩을 만드는 데 있어 합병 대상 기업과의 덩치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일정 규모의 자본금으로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실제로 현재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스팩의 자본금 규모는 평균 200억원 안팎이다. 회사 수준에 비해 스팩 규모가 너무 크면, 과도한 신주 발행으로 최대주주 지분 희석 우려가 있어 기업들이 꺼리게 되는 것.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도 스팩 활성화 방안에 고민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규제를 더 완화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 등의 절차가 뒤따르는 만큼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미 올해 초 스팩과 비상장법인 간 합병 때 기업가치평가 산정 기준을 완전 자율화하는 등 상당 수준의 규제 완화가 이뤄진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환원율 구제는 작년 12월 풀렸고, 지난 2월에는 기업가치 평가 관련 규제도 풀었다”면서 “합병 요건을 대폭 완화해 IPO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스팩 활성화를 위해 증권사들에 비밀리에 의견을 모으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상태다. 한 증권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스팩을 통한 상장이 활성화돼 있다고 하지만, 규제와 시장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면서 “그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제도만 도입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2호 스팩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론적으로 실패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