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스팩]④활성화 방안?…”답이 없다”

IPO에 비해 유리한 점 없어…천편일률적인 포맷도 문제
추가 규제완화 위해 법 개정 등 필요…사실상 쉽지않아
  • 등록 2012-07-12 오전 7:15:00

    수정 2012-07-12 오전 7:15:00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직접 상장하는 방법을 택할 것을 그랬습니다. 기업공개(IPO)보다 제도가 덜 까다로운 것도 아니면서, 직상장에 비해 좋은 점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한 기업 임원의 푸념이다.

증권사를 비롯해 기업들의 스팩에 대한 불만은 크다. 상장심사 문턱은 IPO 못지않게 높지만, 상대적으로 유리한 점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합병 과정에서 주주총회 등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IPO보다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고 있다. 한마디로 직상장보다 ‘실(失)’이 더 많은 셈이다.

한 증권전문가는 “IPO는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공모 청약에 나서면 되지만, 스팩은 합병주총 특별결의까지 통과해야 한다”면서 “주총 통과도 쉽지 않지만, 이 과정을 챙기는 것만 해도 IPO보다 2~3개월 정도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특단의 제도 개선을 통해 합병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피합병 법인 심사에서 질적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IPO와 비슷한 심사를 받는다면 기업들이 굳이 스팩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부실한 기업이 상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겠지만, 주관사가 이름을 걸고 하는 만큼 주관사의 평판과 투자금액을 담보로 심사를 일정 부분 완화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합병 상장 후에는 회계상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상 합병 비용을 손익계산서에 한꺼번에 반영해야 해 첫 해 실적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회계 기준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한국회계기준원에 지난 3월에 건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스팩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데에는 천편일률적인 포맷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증권사들이 스팩을 만드는 데 있어 합병 대상 기업과의 덩치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일정 규모의 자본금으로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실제로 현재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스팩의 자본금 규모는 평균 200억원 안팎이다. 회사 수준에 비해 스팩 규모가 너무 크면, 과도한 신주 발행으로 최대주주 지분 희석 우려가 있어 기업들이 꺼리게 되는 것.

50억원 이상의 자본금이면 스팩을 만들 수 있지만, 대부분 200억원 규모로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증권사들의 경험 부족을 꼽을 수 있다. 한 스팩 전문가는 “스팩을 처음 하다 보니 증권사들이 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다”면서 “스팩 규모에 따라 인수 수수료가 달라지는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200억원 정도로 정했는데 막상 합병하려고 보니 지분율 희석 등이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스팩을 만들 때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업종에 따라 분위기도 다 다를 텐데 무조건 200억원의 자본금으로 피합병대상을 찾는다면 그만큼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도 스팩 활성화 방안에 고민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규제를 더 완화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 등의 절차가 뒤따르는 만큼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미 올해 초 스팩과 비상장법인 간 합병 때 기업가치평가 산정 기준을 완전 자율화하는 등 상당 수준의 규제 완화가 이뤄진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환원율 구제는 작년 12월 풀렸고, 지난 2월에는 기업가치 평가 관련 규제도 풀었다”면서 “합병 요건을 대폭 완화해 IPO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스팩 활성화를 위해 증권사들에 비밀리에 의견을 모으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상태다. 한 증권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스팩을 통한 상장이 활성화돼 있다고 하지만, 규제와 시장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면서 “그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제도만 도입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2호 스팩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론적으로 실패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무안공항 여객기 잔해
  • 시선집중 ♡.♡
  • 몸짱 싼타와 함께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