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금융사기 회사 명함 왜 팠나

금융사기 ''BBK'' 관련정관 공개..이 캠프 "날조된 것"
  • 등록 2007-06-06 오전 10:30:12

    수정 2007-06-06 오전 10:30:12

[오마이뉴스 제공] 한나라당의 대선 유력주자인 이명박 후보가 연일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주 이 후보의 대운하 공약을 집중 공략했던 박근혜 캠프는 이번 주 들어서는 이 후보의 재산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곽성문 한나라당 의원이 이 후보의 8000~9000억원 재산 보유설을 제기한 데 이어 5일에는 금융사기를 저지른 뒤 미국으로 도피한 김경준씨와 이 후보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언론 보도가 이명박 캠프를 흔들어놓았다.

김씨는 이 후보가 한때 친분을 유지했던 재미 변호사 에리카 김의 남동생으로, 시사주간지 <주간동아> 최신호는 "김경준이 대표이사를 맡았던 BBK가 2000년 5월 12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정관에 이 후보가 김씨와 함께 발기인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정관 30조 2항에는 "과반수 결의에는 발기인인 이명박 및 김경준이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이명박 및 김경준이 지명한 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BBK가 금감원에 정관을 제출한 뒤 추가로 제출한 투자운용전문인력 명단에는 김백준씨가 새롭게 포함됐다. 김백준씨는 이 후보의 고려대 상대 1년 선배로, 후보의 개인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이명박 캠프는 "BBK는 김씨 혼자 운영한 회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후보 자신은 2000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중앙일보>와 <월간중앙>, <일요신문> 등과의 인터뷰에서 "2000년 초 투자자문회사 BBK를 설립해 펀드를 묻었다"는 말을 일관되게 해왔다.

박근혜 캠프는 "이 후보가 BBK 경영에 실제로는 관여하고도 나중에 문제가 생기자 말을 바꾼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 캠프의 최경환 의원은 국회 브리핑룸으로 찾아와 "BBK를 운영했던 김경준은 190억원의 돈을 해외로 빼돌린 사람이다,
 
이 후보가 그동안 BBK가 자신과 관련이 없는 회사라고 주장했지만 이 정관을 통해 이 후보가 BBK의 공동대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명박은 BBK 대표이사·회장?

▲ 박근혜 캠프가 기자들에게 배포한 이명박 후보의 명함 (2000년경으로 추정)
박 캠프는 이 후보가 대표이사·회장으로 명시된 2000년 11월 13일자 BBK 브로셔 사본을 비롯해 BBK 및 LK이뱅크, e뱅크 등 3개사 대표이사 회장이라고 직함이 적힌 이 후보의 명함 복사본을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캠프는 "금감원에 제출된 정관이 위조된 것이다, 김경준씨가 이 후보의 동의나 양해없이 이 후보의 동의나 양해 없이 금감원에 일방적으로 접수시킨 서류"라고 반박했다.

이명박 캠프의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은진수 변호사는 "이 후보가 발기인이 되려면 주식을 사야하는데 이 후보는 BBK가 (99년 4월) 설립될 때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단 하나의 주식도 살 수 없었다"며 "미국 사람을 가리켜 대한민국 유권자라고 우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측근 정두언 의원도 "최경환 의원이 이렇게 기본적인 사실도 모르고 의혹을 제기했을 리 없다"며 박근혜 캠프의 의도적인 정치공세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최 의원이 경제기획원 서기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수석연구원 등을 지낸 경제전문가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지만, 최 의원은 이에 대해 "나에게 이 사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지 말라"며 답을 피했다.

2001년 12월 김경준씨가 미국으로 도피할 때까지 김씨 사건을 맡았던 김인원 사법연수원 교수(전 서울지검 검사)도 "이명박의 이름은 (사건에) 등장하지 않는다, 김경준 외에 다른 주주는 없었다"고 증언했다는 게 이명박 캠프의 설명이다.

은 변호사는 명함에 대해서도 "이 후보가 귀국 후에 온라인 금융업에 뛰어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BBK 수익률이 높아서 BBK의 사업 참여를 염두에 두고 (명함에) 그냥 넣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은 변호사는 9일 오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 부분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했다.

"명함에 나오는 BBK는 미래의 제휴사 개념이지, 이 후보가 BBK의 경영에 참여하거나 소유한 적은 없었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 홈페이지를 클릭하면 제휴 보험회사 홈페이지들과도 연결이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신한은행이 해당 보험사의 경영에 참여하거나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은 변호사는 "특정세력이 사주한 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기사가 나올 수 있냐? <주간동아> 기사는 명백히 사실이 아니므로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캠프 공보팀은 <주간동아>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에 있던 이 후보가 귀국한 것은 99년 12월. '백수' 신세였던 이 후보가 귀국한 뒤 사업가로서의 수완을 다시 보여주기 위해 BBK 등 온라인 금융업계에 손을 내밀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은 변호사는 "이 후보는 귀국한 후에도 BBK 주식을 산 일이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이 후보는 2001년 3월 금감원이 BBK와 LK이뱅크를 조사한 사실이 알려진 뒤 같은 해 4월 6일 증권업 허가신청을 자진 철회해 업계와의 인연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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