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보다는 '행복'을
올해 한국인들의 화두는 ‘행복’이었다. 그것도 철저히 개인적 행복을 찾는 책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성공을 앞세우고 경쟁으로 몰고 가는 사회 분위기 탓에 행복에 목말라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나만의 행복을 찾는 10가지 원칙을 제시한 ‘행복한 이기주의자’(웨인 다이어 지음·21세기북스 발간), 행복 전문가 6인이 행복의 심리학을 다룬 ‘행복’(리즈 호가드·예담), 법정 스님의 잠언집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조화로운 삶), 죽음 직전의 수백명을 인터뷰해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도록 권하는 ‘인생수업’(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이레)….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어떻게든 성공해 보려 안달해도 달라지는 게 없자 소박한 자기 만족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이나 팀 플레이보다는 ‘개인’의 결단과 자기 투자에 무게를 둔 책들이 독자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상반기 출판시장을 주도한 베스트셀러는 대역 파문을 빚은 ‘마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 외·한경BP)와 ‘핑’(스튜어트 에어버리 골드·웅진윙스) 같은 실용적 성공 우화였다. 배가 가라앉는 마당에 타인에 대한 배려나 공조(共助)는 배부른 소리일 뿐이다.
재테크는 20대부터 시작하라
아파트값 폭등을 목격한 20대들에게 “젊을 때부터 재테크 안 하면 당신은 사회의 하류층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이 책들의 ‘협박’이 정확히 먹혔다.
글쓰기도 생존기술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김경원 외·유토피아), ‘글쓰기를 위한 4천만의 국어책’(이재성·들녘) 같은 책이 예상을 뒤엎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블로그·메신저·휴대폰 문자메시지·‘싸이질’·이메일 등으로 백가쟁명의 시대를 맞은 현대인의 글쓰기 욕구를 겨냥한 것이다. 자기 사생활과 내면을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퍼뜨리는 신종 인간 유형인 ‘퍼블리즌’(publizen·공개〈publicity〉와 시민〈citizen〉을 합성한 신조어)까지 등장한 시대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블로그 같은 사적인 영역은 물론 기획안 작성 등 공적인 영역에서도 글쓰기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