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투자자들이 재미만 본 것은 아니다. 대박의 기대를 품고 섣불리 큰돈을 넣었다가 실패한 경우가 적지 않다. 조선일보 증권팀은 증권사 투자전략팀, 펀드 평가회사 등 전문기관 10곳에 의뢰해 해외펀드·국내펀드·공모주·보통주 분야에서 각 한 건씩 ‘올해 최악의 투자사례’를 뽑아봤다. 투자자들이 새해에는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취지에서다. 올해 투자에 실패한 운용사나 상품 이름이 직접 거론되기 때문에, 자문에 응해준 기관들이 익명을 요구했다.
◆펀드상품 유명세 믿고 덤볐다가 실패=서울 광장동에 사는 주부 김모(34)씨는 지난 1월 중소형주 펀드인 ‘유리스몰뷰티’에 투자했다. 작년에는 무려 124%의 수익률을 기록한 스타 펀드였지만, 올해 상반기 중소형주들이 부진에 빠지면서 연초 이후 7월 말까지 수익률이 마이너스 8.78%로 곤두박질쳤다. 다급해진 김씨는 손실을 단시간에 만회하려고 당시 수익률 5.21%로 실적이 매우 양호했던 한국운용의 ‘삼성그룹주식펀드’로 갈아탔다.
◆환 헤지 안 한 일본펀드=대기업에 다니는 홍모(36) 차장은 작년 11월 말 보너스를 ‘피델리티일본펀드’에 넣었다. 1년 후인 지난달 30일에 보니 엔화 기준으로 2.96%의 수익률을 거뒀다. 그러나 원화 환산치로 5.06% 손실을 봤다. 같은 기간 엔화가치가 7.79% 하락하면서 환차손을 입은 탓이었다. 만약 가입 당시 환헤지(換hedge·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위험을 피하기 위해 맺는 계약)를 했더라면 5.97%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여기에 일본투자펀드 수익률도 바닥권이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재 전체 해외펀드 중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일본·태국 투자펀드였고, 특히 일본중소형주 펀드의 경우 엔화기준으로 마이너스 20.42%였다.
◆거품 공모주=공모주도 과거처럼 남기는 장사는 아니었다. 21일 현재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기업 51개 중 18개(35%)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다. 육계(肉鷄)가공업체 동우는 마이너스 49.7%로 공모가 대비 반 토막 났고, 모빌탑(-48.3%)·제우스(-38%)·뉴프렉스(-34.2%)·진바이오텍(-26.2%) 등도 손해가 컸다. 유가증권시장에선 롯데쇼핑 주가가 공모가보다 6.25%만큼 하락했다. 이는 상장 전에 과도한 기대를 불러일으켜 공모주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가 상장 직후 기업실적이 나빠져 주가가 꺼진 경우다. 공모주 청약 전에 반드시 기업의 내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증권사의 엉터리 추천주=올해 초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매수’를 외친 현대차는 원화강세와 글로벌경쟁에서 고전하며 지난 22일 주가(6만8400원)가 연초보다 30% 이상 떨어졌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는 3.47% 올랐다. 목표주가가 84만원으로 제시된 삼성전자는 외국인들 IT주 매도세 등에 영향을 받아 61만원을 기록 중이고, 9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던 국민은행도 7만4400원에 머물러 있다. 지난 9월 증권사들이 3만원대에서 바닥을 친 것으로 분석한 LG필립스LCD는 글로벌 공급과잉과 과당경쟁 등으로 주가가 더 떨어져 2만7300원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 증권사들의 보고서들 중에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들이 아직 많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믿고 투자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