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까지 소래 포구를 통해 팔려간 꽃게는 총 63t.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늘었다. 소래어촌계 박용남 과장은 “지난해 180여t에 불과했던 꽃게 어획량이 올해는 잘하면 300t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평년(2002년 어획량 1623t)에 맞추려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작은 포구를 들뜨게 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풍어로 꽃게 값도 하락했다. 지난해보다 20% 정도 떨어진 1㎏당 1만5000원 수준이다.
오랜만의 꽃게 풍어는 무슨 조화일까. ‘꽃게 치어 방류 사업이 결실을 본 것’ ‘꽃게가 산란하는 모래톱을 덜 퍼낸 탓’ ‘올해 여름이 길고 비가 많이 와서’ ‘지구 온난화로 서해 수온이 높아져서’….
▲ 오랜만에 꽃게 풍어를 맞은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상인들이 20일 상자 가득 흘러 넘친 꽃게를 크기와 무게에 따라 골라 담고 있다. | |
주꾸미는 꽃게보다 한달 이상 이른 4~5월에 산란을 한다. 꽃게알이 따뜻한 여름 바닷물에 깨어날 7월이 되면 주꾸미들이 벌써 3~4㎝크기로 부쩍 커 있을 때다. 공교롭게도 주꾸미와 꽃게의 서식지는 모두 바다 밑바닥 근처 깊은 물 속. 먹을 것이 부족한 어린 주꾸미에겐 채 1㎝도 안 되는 작은 꽃게 새끼들이 맛있는 간식거리다. 8월 말만 되어도 꽃게가 부쩍 자라 주꾸미와 맞먹게 되므로 불과 7~8월 한 달 새 벌어지는 일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김병균 박사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속설이긴 해도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 말했다. “어민들의 설명처럼 서식지의 유사성이나 산란 시기의 차이 때문에 주꾸미와 꽃게 간의 먹이사슬이 형성될 수도 있죠.”
한 소래 어민은 “망하는 놈 덕택에 덕 보는 놈 있기 마련”이라며 “서해 바다에서는 주꾸미가 망하면 꽃게가 흥하니 이게 바로 자연의 법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