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 택한 강신호 전경련 회장 왜?

아들과 경영권분쟁 일자 부인 "주식 반 넘겨라" 姜회장, 53억에 합의
부인측이 받은돈 모두 주식 사들여도 지분 변동 크지 않을듯

  • 등록 2006-09-12 오전 7:51:51

    수정 2006-09-12 오전 8:39:24

▲ 강신호 회장
[조선일보 제공] 재계 수장의 1년에 걸친 이혼 소송이 최근 일단락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신호(姜信浩·79) 동아제약 회장은 최근 부인 박정재(78) 여사와 합의 이혼했다. 박 여사는 작년 8월 강 회장의 ‘사생활’을 문제 삼아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했었다. 1년여 계속된 이혼 소송은 지난 7월 서울가정법원이 제시한 조정안을 최근 두 사람이 받아들이면서 끝이 났다. 조정 조건은 강 회장이 박 여사에게 올해부터 2009년까지 4년에 걸쳐 약 53억 원의 현금을 지급하라는 내용. 동아제약의 지분에 대한 언급은 조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황혼 이혼’의 숨은 이유는?

사실 강 회장의 ‘황혼 이혼’은 재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강 회장 부부는 오래 전부터 상당기간 별거해 왔을 만큼 사이가 좋지 않아, 이혼은 법적 문제를 마무리하는 절차적 의미가 더 컸다.

진짜 문제는 동아제약의 경영권이다. 강 회장의 다섯 아들 중 박 여사 소생은 장남 강의석(53)씨와 차남인 강문석(姜文錫·45) 수석무역 부회장이다. 장남 의석씨는 건강상 문제로 애초부터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강문석 부회장은 한때 동아제약에서 승승장구했지만 강 회장과의 갈등으로 동아제약 경영진에서 밀려났다. 이 때문에 박 여사가 차남에게 경영권을 찾아주기 위한 모정(母情)으로 소송을 내게 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혼 소송이 한창일 때 재계에서는 박 여사가 동아제약의 강 회장 개인 지분 상당량을 위자료로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강 회장의 지분은 5.2%로 만약 이 중 절반이 박 여사에게 넘어간다면 경영권은 강문석 부회장 쪽으로 기울 공산이 컸다. 그러나 현금 53억 원으로 모두 동아제약 주식을 사들인다고 해도 0.5%에 지나지 않아 ‘황혼 이혼’에 따른 지분 변동은 별로 크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그 돈조차 4년 동안 분할 지급하게 돼 있다.

◆경영권 둘러싼 가족 갈등의 내막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강문석 부회장은 동아제약 기획조정실 전무, 부사장을 거쳐 2003년 1월부터 2년간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2004년 말 갑자기 부회장으로 밀려나면서 대표이사 자리를 박탈당했고, 나중엔 이사진에서도 물러났다. 심지어 회사에서 지급하는 자동차까지 빼앗겼다. 강 부회장은 동아제약의 전국 영업현장을 직접 챙기며 강 회장에게 ‘석고대죄’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강 회장의 마음이 강 부회장의 이복동생인 강정석 전무에게로 돌아섰다는 얘기가 나왔다. 지금 동아제약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강 회장의 아들은 강 전무뿐이다.

◆치열한 지분경쟁 시작?

동아제약에서 쫓겨난 후 부친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던 강문석 부회장은 지난 4월 동아제약 계열사인 와인 수입유통업체 수석무역 대표로 복귀했다. 부친으로부터 복권됐다는 해석도 있었지만, 수석무역은 동아제약 계열사이긴 하지만 강문석 부회장 개인 지분이 절반이 넘을 만큼 원래부터 장악하고 있던 회사였다.

게다가 박 여사가 이혼소송을 내고, 강 부회장이 지난 7월 세 차례에 걸쳐 동아제약 주식 약 17만주를 사들이며 지분을 3.73%까지 끌어올려 ‘실력 경쟁’을 시작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강 부회장의 우호지분을 합치면 강신호 회장 쪽 우호세력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강정석 전무측은 11일 회사 주식 1557주를 장내 매수해 개인 지분을 0.47%에서 0.49%로 높였다. 경영권 방어의 성격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동아제약 관계자는 “전체 우호지분이 23.7%에 지나지 않는 상황에서 양측이 갈등한다면 어느 쪽도 경영권을 차지하지 못할 것”이라며 “화합으로 마무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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