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신호 회장 | |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신호(姜信浩·79) 동아제약 회장은 최근 부인 박정재(78) 여사와 합의 이혼했다. 박 여사는 작년 8월 강 회장의 ‘사생활’을 문제 삼아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했었다. 1년여 계속된 이혼 소송은 지난 7월 서울가정법원이 제시한 조정안을 최근 두 사람이 받아들이면서 끝이 났다. 조정 조건은 강 회장이 박 여사에게 올해부터 2009년까지 4년에 걸쳐 약 53억 원의 현금을 지급하라는 내용. 동아제약의 지분에 대한 언급은 조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황혼 이혼’의 숨은 이유는?
사실 강 회장의 ‘황혼 이혼’은 재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강 회장 부부는 오래 전부터 상당기간 별거해 왔을 만큼 사이가 좋지 않아, 이혼은 법적 문제를 마무리하는 절차적 의미가 더 컸다.
진짜 문제는 동아제약의 경영권이다. 강 회장의 다섯 아들 중 박 여사 소생은 장남 강의석(53)씨와 차남인 강문석(姜文錫·45) 수석무역 부회장이다. 장남 의석씨는 건강상 문제로 애초부터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강문석 부회장은 한때 동아제약에서 승승장구했지만 강 회장과의 갈등으로 동아제약 경영진에서 밀려났다. 이 때문에 박 여사가 차남에게 경영권을 찾아주기 위한 모정(母情)으로 소송을 내게 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경영권 둘러싼 가족 갈등의 내막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강문석 부회장은 동아제약 기획조정실 전무, 부사장을 거쳐 2003년 1월부터 2년간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2004년 말 갑자기 부회장으로 밀려나면서 대표이사 자리를 박탈당했고, 나중엔 이사진에서도 물러났다. 심지어 회사에서 지급하는 자동차까지 빼앗겼다. 강 부회장은 동아제약의 전국 영업현장을 직접 챙기며 강 회장에게 ‘석고대죄’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강 회장의 마음이 강 부회장의 이복동생인 강정석 전무에게로 돌아섰다는 얘기가 나왔다. 지금 동아제약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강 회장의 아들은 강 전무뿐이다.
◆치열한 지분경쟁 시작?
게다가 박 여사가 이혼소송을 내고, 강 부회장이 지난 7월 세 차례에 걸쳐 동아제약 주식 약 17만주를 사들이며 지분을 3.73%까지 끌어올려 ‘실력 경쟁’을 시작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강 부회장의 우호지분을 합치면 강신호 회장 쪽 우호세력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강정석 전무측은 11일 회사 주식 1557주를 장내 매수해 개인 지분을 0.47%에서 0.49%로 높였다. 경영권 방어의 성격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동아제약 관계자는 “전체 우호지분이 23.7%에 지나지 않는 상황에서 양측이 갈등한다면 어느 쪽도 경영권을 차지하지 못할 것”이라며 “화합으로 마무리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