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아랍권, 달러화 보유 축소..弱달러 가속화

UAE·카타르·쿠웨이트 중앙은행 "유로비중 확대"
中, `美 국채 매입 중단` 전망
  • 등록 2006-04-05 오전 8:14:36

    수정 2006-04-05 오전 8:14:36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영기업 두바이포트월드(DPW)의 미 항만운영권 인수 무산으로 촉발된 아랍권의 달러화 보유 비중 축소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이 미 국채 매입 비중을 줄일 것으로 전망돼 달러화 약세가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랍 중앙은행들 `유로화 비중 확대`

항만운영권 문제의 당사국인 UAE의 중앙은행 총재인 술탄 빈 나세르 알 수와이디는 4일 아부다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달 회의에서 유로화 비중을 높이는 데 대해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수와이디 총재는 지난달 12일 외환보유액의 10%를 달러화 자산에서 유로화 자산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UAE의 지난해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230억달러로, 지난 한해 동안 약 30% 가량 급증했다. 외환보유액 중 유로화 투자 비중은 5%였다.

카타르 중앙은행의 셰이크 압둘라 빈 칼레드 알 아티야 총재는 "지난해 고점에서 유로화를 매도했다"면서 "다시 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티야 총재는 카타르 외환보유액의 유로화 비중 한도는 40%이며, 달러화 비중 한도는 90%라고 밝혔다.

쿠웨이트 중앙은행 총재인 샤이크 살림 압둘 아지즈 알 사바는 현재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로화 비중을 추가로 늘리는 방안을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사우디 아라비아 중앙은행 총재는 해외 투자자산의 본국 송환 의사를 밝힌 바 있고, 시리아 국영은행인 시리아 상업은행은 대외 거래 자금을 미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전환했다. 사우디 아리비아의 지난해 말 기준 외환 보유액은 240억 달러로 4년전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사우디 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미국 국채의 5.4%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독일, 홍콩, 프랑스보다도 많은 것이다.

◇中 "美 국채 매입 중단"

아랍권 중앙은행의 이같은 움직임에 더해 중국 정부도 외환보유액 운용에 있어서 미 국채 매입 비중을 줄일 태세다.

청 시웨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NPC) 상무위 부위원장은 홍콩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석해 미 국채 매입을 중단하는 것을 비롯, 기존에 매입했던 미 국채 비중도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올해 초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은 "외환 보유액 내 통화와 자산 구조를 개선하고, 보유액의 투자처를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밝혀 외환 보유액 운용 과정에서 미 달러화 비중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중국은 외환보유액의 70%를 미 달러화 표시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월말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8537억달러로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이다.

스탠다드 차타드의 통화 전략가인 마리오스 마라세프티스는 "지금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미 달러화 비중을 줄이면서 운용수단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미 달러화 축소 움직임을 반영해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일본 엔화에 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 달러화에 대해서는 2개월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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