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이 내년 한국 경제를 "양날의 칼에 직면"한 것으로 비유했다. 현대는 1일 발표한 한국경제 진단자료에서 국내적으로 정부가 완벽한 구조조정을 꺼려함에 따라 국가경쟁우위의 약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Facing a double-edged sword)
현대는 또 지난 97~98년 위기이후 정부가 야심차고 확고한 구조조정을 시도했으나 만연된 도덕적 해이가 구조조정을 방해하며 내년까지 금융불안 지속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경제의 도움판 역할을 하며 활발했던 글로벌 경기는 내년에 휘청거리면서 국내수요와 수출증가율을 억누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는 지난해 10.7%의 GDP증가율이 올해 8.8%로 인상적인 행진을 이어갔으나 위에서 언급한 요인들로 인해 내년 성장률은 4.3%로 급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 결과 경기는 침체기로 들어서고 출하증가는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는 올 하반기부터 시작한 내수, 즉 소비와 투자 위축이 내년에 더 악화될 수 있으며 더딘 임금증가율과 금융자산 가치 하락으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4.6%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7.6%로 추정했다.
이와함께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3.6%로 올해의 39.4% 대비 급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내내 금융업을 괴롭혔던 건축경기 침체 역시 내년에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한국경제는 수출에 기대를 걸어야 하나 이 부분 또한 해외환경이 악화되면서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는 위기이후 경제성장의 큰 힘이 됐던 수출증가율 원인이 사실상 국내의 경쟁우위라기 보다 반도체산업 호황이나 미국의 강력한 경기 등 해외의 우호적 요인 탓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더 이상 우호적 환경이 아니며 특히 미국경기의 경우 하반기부터 출하감소와 재고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침체 모습을 띠고 있는 가운데 유가상승에서 야기된 글로벌 통화긴축은 전세계 경제부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는 한국 수출의 선봉장이었던 전자제품의 경우 글로벌 반도체산업 둔화에 영향을 받을 것이므로 올해 21.5%로 추정되는 수출증가율이 내년에 9.7%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수출이 더 이상 경제성장을 주도할 수 없는 가운데 국내 경기를 경착륙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과거 경기둔화시 인플레와 경상적자에 시달렸던 것과 달리, 이번 둔화기에는 국내수요 둔화가 겹쳐 낮은 인플레를 보이는 특징을 보일 것으로 지적했다. 이어 경상흑자규모가 올해 103억달러에서 내년 43억달러로 하락할 수 있으나 적자 전환은 아니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가 지난달초 29개기업의 퇴출명단을 발표하며 2차 기업구조조정을 출발했으나 이같은 규모는 총 잠재무수익여신의 10%수준에 불과해 문제기업들의 부도 우려감을 여전히 상존, 투신권의 자금유출과 은행예금 증가 현상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더구나 98년에 발행됐던 회사채의 만기가 돌아오는 가운데 회사채시장의 약세는 이들 기업들의 유동성 부족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는 대우채권을 제외하더라도 내년 만기회사채규모가 47조4000억원에 이르고 이중 투기등급 채권규모는 7조30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올해 4분기 투기등급 회사채만기와 함께 내년 금융시장 불안 지속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시장은 더 이상 문제기업들이 CBO 같은 임시방편 조치를 통해 연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시장의 고위험/고수익 수요가 크게 떨어지며 국고채금리는 내년 6.8%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현대는 전망했다.(회사채 평균금리는 올해 9.5%에서 8.2%로 하향/내년 연평균 환율 달러당 1160원)
현대는 양날의 칼에 직면한 한국경제가 가질 수 있는 실날같은 희망은 정부가 그나마 구조조정의 올바른 궤도로 가고 있는 것이며 이로 인해 경기회복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는 미국통화정책과 시장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만이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 줄 것임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