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에는 꼬리가 개를 뒤흔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썼으나, 이제는 그들이 개이지 더 이상 꼬리가 아니다”
이것은 할리우드 영화 ‘왝 더 독’의 제목과 마찬가지로 말(末)이 본(本)을 휘둘 정도가 됐다는 의미다. 그럼 여기서 꼬리와 개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 꼬리였던 개미군단이 시장인 개를 흔들 정도가 됐을 뿐 아니라 시장 자체가 됐다고 전했다.
미국의 인터넷 증권 계좌수는 96년 180만 정도에서 계속 증가, 97년 400만 계좌, 98년 750만 계좌를 거쳐 작년에는 1150만 계좌 정도까지 늘어났다. 자료에서 드러났듯 개미군단이 시장을 지배하는 힘으로 변했다.
인터넷 증권투자에 열중하는 개미군단을 비판자들은 시장을 카지노로 사용하고 있는 도박꾼으로 부른다. 몇몇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의 기존 네트워크를 구태의연한 것으로 만든 민주적인 힘으로 찬양한다. 일부는 그들을 월스트리트 기관들의 도구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데이 트레이더(단타 매매자)나 장기투자가이건 간에 개인 투자자들은 이미 시장의 거대한 힘이 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샌포드 C. 베른슈타인의 애널리스트인 스티브 갤브레이스는 “주가가 치솟은 주식의 많은 부분을 ‘소매(retail)’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마디로 현재의 고주가 시장을 떠받친 힘이라는 것이다.
물론 개인 투자자들의 대두가 시장에 우려감을 주고 있기는 하다. 왜냐하면 그들의 상당수가 데이 트레이더이기 때문이다. 데이 트레이더가 패닉(공황) 상태에 빠지게 되면 시장은 겉잡을 수 없는 급등락 장세를 펼치게 된다.
또 한가지 문제는 그들의 상당수가 주식 대폭락을 경험하지 못한 X세대라는 것. X세대는 1987년 10월19일에 있었던 ‘블랙 먼데이’를 체험하지 못했다. 시장이 하룻만에 22.6%나 폭락하는 장세를 보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시장이 고꾸라질 때에는 그들이 폭락 장을 연출하는 주역이 될 수도 있다. 또 X세대 대부분이 기술주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주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것도 문제다.
그러나 일단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급격히 이탈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어느정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한 시장에 남아 있으려고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헤드헌터 업체에 근무하는 제임스 월레스(29)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보다 더 못 버는 날 개인 투자를 중지하고 돈을 인덱스 펀드에 집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내는 한은 계속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