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윤성순(71)씨는 지난 7월 휴대전화로 전송된 문자를 떠올리며 말했다. 윤씨는 곧바로 집에 전화했고 집에 있던 자녀는 윤씨에게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윤씨는 그제야 보이스피싱에 당할 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어렵게 모은 재산이 한순간 사라질 것을 생각하면 무섭다”며 “홍보가 늘어도 막상 일을 겪으면 당황해서 계속 피해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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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한국투자증권 충정로고객교육센터는 보이스피싱 예방과 금융·투자 특강을 들으려는 60·70대 수강생들로 붐볐다. 보이스피싱 예방 강의실에 마련된 34석은 수업 시작 10분 전 모두 채워졌다. 이날 강사는 “자녀나 부고 문자를 사칭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수법인데 인터넷주소를 함부로 누르면 안된다”며 “모르는 번호로 왔으면 삭제하고 이미 접속했으면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이 설치됐을 수 있으니 꼭 백신앱으로 검사하고 휴대전화를 초기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강생들은 수첩에 △개인정보 저장 금지 △피해 시 금융회사 콜센터나 112에 신고 △계좌 지급정지 △피해구제 신청 등을 빼곡히 적었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관심은 20대 사이에서도 뜨겁다. 같은 날 서울 도봉경찰서도 덕성여대에서 보이스피싱 예방과 피해구제에 관한 특강을 진행했다. 특강을 신청한 학생들은 검사를 사칭한 실제 범죄자의 자료 음성을 듣고 황당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거나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의를 맡은 김준형 도봉경찰서 피싱범죄수사팀장은 ‘의심’과 ‘소통’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김 팀장은 “처음부터 검찰이나 경찰이라고 전화하면 사람들이 안 속으니까 요즘은 카드사나 택배직원인 것처럼 접근해 개인정보를 미리 빼돌리고 범행을 한다”며 “보이스피싱은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고 고립 때문에 범죄가 완성되므로 이상한 전화는 반드시 의심하고 주변과 상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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