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이던 의료개혁이 ‘총선 패배’라는 벽에 막혀 좌초될 위기다. 특히 의대 증원 문제에서 촉발된 의·정 갈등을 해결할 동력이 사라진 만큼, 정부가 한발 물러서서 증원 규모 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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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의대 증원 원칙은 분명하다. 이미 내년도 입시부터 2000명을 증원한 규모로 의대 배정을 마쳤지만, 의료계가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한다면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이례적으로 직접 전공의 대표(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를 만나 대화에 나서며 이 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대통령실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의대 증원 계획을 1년 유예하자고 제안하자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 검토할 계획도 없다”며 잘라 말했었다.
그러나 22대 총선 직후 상황은 급변했다.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들이 동반 사의를 표명했고, 여기엔 의대 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 정책의 ‘컨트롤타워’였던 성태윤 정책실장과 장상윤 사회수석도 포함됐다. 아직 수리되진 않았지만, 고위 참모진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시점부터 사실상 국정 운영은 일시 중단된 상태다.
게다가, 여당마저도 정부가 의대 증원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내면서 힘이 더 빠지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 안철수(경기 성남 분당갑) 당선인은 지난 11일 당선 확정 후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에서는 숫자를 먼저 던지면 절대로 안 된다”며 “제대로 법을 정비하고, 그 다음에 정부에서 투자해야 하고, 그런 것을 하고 나서도 ‘모자란 숫자가 얼마인가’ 이렇게 나갔어야 한다. 숫자는 제일 마지막”이라고 지적했다. 나경원(서울 동작을)·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당선인도 의대 증원 조정을 주장해 왔다.
의료계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의협은 지난 12일 의협 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여당의 총선 참패는 사실상 국민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정부에 내린 심판”이라며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들어 의료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 재검토에 나서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