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양극화와 불안정한 수입보다 예술인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약자인 그들의 상황을 악용하는 예술계의 환경이다. 권력관계에서 이뤄지는 성폭력, 성희롱부터 부당한 대우와 불공정한 관행이 만연해 있지만 그저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예술인들을 위해 국가 차원의 보호와 개선 노력이 절실하다.
다행히도 예술계의 부당한 창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22년 9월부터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10년 이상 예술분야 경력이 있는 12명의 위원으로 이뤄진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가 발족돼 올해 2년차를 맞았다. 필자도 문화예술변호사로서 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돼 미약하나마 예술 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법 시행 3년차, 아직 갈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이 가진 한계로 인해 실효성 있게 이행을 강제하거나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신고된 사건에서 예술인에 대한 불공정행위나 성희롱이 있었다고 위원회가 심의,의결하면 문체부장관은 시정명령을 내리도록 돼 있는데, 문제는 현행법상 문체부장관의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더라도 위반자에 대한 제재는 과태료 500만원 부과에 그친다는 것이다. 행정처분의 위엄과 실효성은 이행하지 않았을 때 입게 될 불이익에 비례하는 것일텐데 너무나 미약한 제재 앞에서 당사자들이 코웃음을 치지는 않을지 무력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실제 1월 현재까지 예술인신문고에 접수된 사건은 총 221건이지만 처리 건수는 100건에 그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처럼 권리구제는 빠른 처리가 생명일텐데 1년간 처리한 사건이 접수된 사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위원회도 담당 팀도 그 누구 하나 게을리 하지 않았다. 사건이 접수되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신고인과 피신고인의 주장과 의견을 듣고, 관련 서류와 증거들을 조사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들을 직접 대면해 진술을 듣기도 하고, 때론 참고인의 진술까지 듣는 등 많은 시간과 노동이 소요된다. 그러나 현재 문체부 담당 팀의 조사 인력이 3명에 불과해 결국 물리적 한계로 절차 진행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4 문화 예술인 신년인사회에서 문화예술계를 힘껏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수입의 양극화만큼이나 지원의 양극화에 소외된 예술인이 또 다시 눈물짓지 않도록 예술인권리보장법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