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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번호표 뽑기’ 전쟁…“새벽 4시 반부터 기다려”
11시 30분 무렵이 되자 해당 급식소에서 번호표 수거를 담당하는 자원봉사자의 안내가 시작됐다. 매일 250번까지 제공되는 번호표는 오전 7시와 10시 30분에 받을 수 있다. 이 번호표를 내야만 약 12평(39㎡) 남짓한 급식소에 들어가 식사를 할 수 있다. 자원봉사자 A씨는 “오전 4시 반에서 5시부터 급식소 앞에 와서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50~60명에 달한다”며 “서로 간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기 위해 번호표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식사를 마치면 서빙 담당자들이 빈 그릇을 들어 일사불란하게 설거지 담당자에 전달했다. 문 밖을 나서는 사람들은 초코파이 1개, 검은콩 두유 1팩, 양갱 1개, 떡 1팩이 들어 있는 검은색 비닐 봉투를 자원봉사자로부터 건네 받고 탑골공원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서울 목동에서 왔다는 80대 남모씨는 “매일 탑골공원으로 와서 점심 끼니를 해결한다”면서 “경제도 어려운데 이렇게 음식도 나눠주고 매번 고맙다”고 했다. 자원봉사자 C씨는 “정성을 다해서 어르신들을 챙겨 드리고 있다”며 “경제가 어려운데도 후원해주시는 분들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올해로 문을 연 지 30년째인 이 급식소도 경제 상황 악화로 ‘주머니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오롯이 민간의 후원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급격히 오른 물가는 큰 부담이다.
급식소의 강소윤 총무는 “1만 2000원하던 상추 한 박스가 작년에 한창 물가 오를 땐 12만원까지 뛰더라”며 “오늘 야채 비빔밥을 해드리긴 했지만, 상추만 해도 아직 한 박스에 5만~6만원 선이라 쓰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단체에서 야채와 떡 등을 보내주고 있어서 위기를 넘겼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자원 봉사자들도 줄어 손이 부족한 상황이다. 강 총무는 “코로나 전에 비하면 봉사자들도 많이 줄었다”면서도 “30년씩 운영 해오다보니 각종 봉사단체들이 한 달에 한두 번 꼴로 봉사를 기꺼이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이 부족할 때가 많지만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많이들 도와주셔서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