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규제 풀자는 정부, 옥죄는 국회

  • 등록 2022-11-02 오전 6:15:00

    수정 2022-11-02 오전 6:15:00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최근 정부는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었다. 비상경제민생회의는 회차별로 추석 민생안정 혹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 또는 농업혁신 및 경영안정대책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나 이번에는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다루었다고 한다. 일부는 제11차 회의가 비상도 경제도 민생도 없었다고 비판했으나 이 회의가 주제별로 개최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비판받을 일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아무튼 제11차 회의에서 정부는 그동안 반도체·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4대 산업이 우리 수출을 주로 이끌어 왔으나, 앞으로는 이차전지, 바이오 등 다양한 업종이 수출을 주도해가도록 수출산업기반을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반도체는 2026년까지 기업들의 340조원 투자계획에 대해 범부처 투자지원반을 가동해 지원하는 한편, 1조원 규모 재정지원을 해가면서 세액공제 대상도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차전지는 2025년 세계시장규모가 940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고 우리 기업들의 수주 금액도 현재 560조원에 이르고 있으나 핵심 광물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호주,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주요 광물보유국과 MOU 체결 등 협력을 강화하고 공급망 기본법 제정, 공급망 안정화 기금 신설 등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원전이나 방위 산업 등도 핵심 수출산업으로 키워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정책 추진방식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정부 주도 방식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가되 정부는 민간을 적극 뒷받침해 가겠다고 한다.

올해 우리 무역이 2008년 이후 처음 적자로 반전된 상황에서 이러한 정부의 선택은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코로나 19 확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과 에너지가격 상승 등에 의한 세계적 물가상승 그리고 각국의 긴축 정책 등으로 세계 경제는 침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수출은 세계 순위가 7위에서 6위로 올라가는 등 선전하고 있으나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규제 확대와 노동유연성 약화 등으로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면서 세계 수출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3.2%에서 2020년 이후엔 2.9%로 줄어들었다. 일본의 경우 수출산업기반 약화로 세계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 8.2%에서 2020년 3.6%로 줄어들면서 개인소득이 줄어들고 국민 개개인의 삶이 팍팍해진 점을 감안하면 민생이나 비상과 무관하고 국민 개개인 생활과 직접 관련 없는 것처럼 인식되는 수출산업 기반 약화는 결국 국민 개개인의 소득에 영향을 주면서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근본 요인이 된다.

이 점에서 정부의 수출산업기반 확대 정책은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다만, 과거 개발경제시대와 달리 최근 산업 환경은 기술고도화와 복잡성 증가로 인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산업육성을 추진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지만, 효과도 좋지 않고 시장왜곡을 가져오는 등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정책추진 방식을 채택한 것도 적절한 것으로 판단한다.

문제는 우리 수출산업기반이 정부의 재정투입 확대나 지원만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창의성을 갖고 마음껏 새로운 기술을 시도해보고 시장을 만들어갈 때 수출산업기반은 강화될 것이다.

우리 국회는 연간 2,000건이 넘는 입법실적을 올리고 있다. 반면, 미국은 연간 입법건수는 200여건, 일본은 80여건, 영국은 40여건에 불과하다. 우리 국회의 입법건수는 외국대비 2~3배가 아니라 수십 배에 이른다. 정부가 아무리 규제개혁을 외쳐도 국회에선 매일 새로운 기업규제가 나온다. 국회의 과잉입법을 막는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이러한 시스템 도입은 외부에선 할 수 없으니 국회 내부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 도입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최소한 외국과 동등한 환경에서 외국과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국회 내부의 진지한 논의 시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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