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장 버릴 순 없다”..고민 깊어지는 삼성·현대차[한중수교30년]

반도체 수출비중 40%, 포기할 수 없는 중국
中공장 설비투자 꾸준히 늘리지만, 불확실성↑
미중 갈등 확대…직접 美고위층 아웃리치 나서
1%까지 고꾸라진 현대차..프리미엄 시장 공략
  • 등록 2022-08-24 오전 6:00:00

    수정 2022-08-24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상윤·송승현 기자, 베이징=신정은 특파원] “반도체 전체 수출 물량 중 중국 비중이 40%에 달하는 만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미·중 갈등 속에 탈중국 압박을 받고 있긴 하지만 기술 우위를 내세워 유리하게 게임판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미·중 경제패권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적극적인 ‘룰 메이커’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산업인 반도체 수출 비중이 12배나 증가하는 등 중국과 경제협력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 편입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중국을 완전히 배제할 경우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입을 피해는 극심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베이징대학 한반도연구소 연구원 고영화 중국 한국창업원장은 “한국의 반도체 기술력을 고려하면 미국과 중국이 모두 우리를 원하는 ‘꽃놀이패’가 된 것”이라며 “어느 한쪽으로 쏠려서 한쪽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둘을 껴안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中투자 불확실성 증폭..기업들, 美아웃리치 직접 나서

23일 산업통상자원부,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 중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2%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9.7%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중국 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까지 합친다면 중국 시장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두고 있고 쑤저우에도 테스트·패키징 후공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시안에서 생산하는 낸드플래시 비중은 전체 생산량의 40%에 달한다. SK하이닉스 역시 장쑤성 우시 지역에서 D램공장을, 랴오닝성 다롄에서 미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우시 공장 역시 전체 생산량의 45%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 시장의 중요성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꾸준히 설비 투자 수치로도 확인된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대 중국 메모리용 전자집적회로 직접투자금액은 2018년 5억400만달러에서 2020년 11억5100만달러, 2021년 26억2100만달러까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중국의 메모리 기술력이 아직은 한국에 뒤처져 있는 만큼 중국 역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생산이 보다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계획됐던 수준에서 설비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추이가 지속할지는 불투명하다.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개편 계획이 사실상 중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구상이라 우리 기업들은 사실상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어서다. 미 의회는 최근 반도체 생산·연구개발(R&D)에 총 520억달러를 투입하는 반도체법을 통과시켰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투자비 25% 세액공제 등 혜택을 받으려면 중국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법안에 따르면 삼성전자, TSMC 등은 앞으로 중국시장에서 28나노(㎚·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칩 생산시설을 신설하거나 증설하지 못한다. 제한규정을 위반한 기업은 계약 위반에 해당해 연방지원금을 전액 반환해야 한다.

여기에 미국 주도로 한국, 대만, 일본을 묶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 동맹’ 결성 움직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정부는 중국을 배제하는 동맹이 아니라고 진화에 나서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베이징의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아직 그 실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는데 일본과 대만보다 우리나라가 되레 민감하게 반응해 공포감만 조성하는 거 같다”며 “아직 어떤 상황도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에만 의존할 수 없는 반도체 업계는 미국 현지 주요 핵심인사들을 중심으로 아웃리치(외부접촉)에 나서면서 미국 의도 파악 및 설득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4월 2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국제 크루즈 터미널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나이트’를 열고 제네시스 브랜드를 공식 론칭했다. (사진=현대차 제공)
중국 내 車점유율 1% 불과하지만 “최대 시장 포기 못 해”

현대자동차 역시 중국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은 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의 성적표는 썩 좋지는 않다. 한때 연간 115만대에 육박하는 차량을 판매했지만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조치인 한한령(한류 금지령) 여파로 현재 중국 시장 점유율은 1%대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 중국시장 판매량은 9만4158대에 그쳤다.

하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 베이징현대는 중국 전용 전기차 라페스타 신형과 수소연료전지차 넥쏘, 제네시스 등을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중국의 저가 브랜드와 차별화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제네시스 브랜드를 중국에 진출한 가운데 최근 베이징 최대 번화가 왕푸징 인근 대형 쇼핑센터에 도심형 전시장을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는 특히 내년 하반기부터 중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 및 판매하는 전략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작년에만 2150만대 차량이 판매될 정도로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이라 포기할 수 없다”면서 “중국 저가 브랜드에 맞서 프리미엄 전략으로 닫혔던 중국 시장을 조금씩 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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