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십여 년 이상 국내 사망 원인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암에 걸릴 확률은 남자에서 40%, 여자에서 36% 수준이라 하였다.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질환인 셈이다. 다행히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암 완치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용된 항암제와 흉곽부에 조사된 방사선 치료는 암 치료 중 또는 치료 후 삶의 질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심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심독성이란 항암치료의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치명적인 부작용이다. 말 그대로 항암제가 심장에 독으로 작용해 심장 기능에 이상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주로 좌심실의 수축 능력을 저하시키고 심하면 심부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 투약 용량, 이상 반응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
대표적 심독성 항암제로는 안트라사이클린 계열에 속하는 독소루비신이 있다. 독소루비신은 혈액암, 유방암, 위암, 육종 등에서 암세포 증식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데, 축적 용량이 연구에 따라 300~400㎎/㎡ 이상이면 심독성 위험성이 증가한다. 보통은 제한된 용량만 투약하지만, 경우에 따라 고용량을 사용하기도 한다. 투약 용량에 따라 심독성을 유발하는 독소루비신과는 달리, 용량과 관계없이 약제에 대한 이상 반응처럼 심독성이 유발되는 항암제도 있다. 유방암에서 사용되는 트라스투주맙이 대표적인 약물로 투약 초기에도 심독성이 발생할 수 있다.
◇ 심독성 외에도 관상동맥질환, 부정맥 등 유발
◇ 정확히 알고 방비하면 심장질환 발생 막을 수 있어
항암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의 선택 폭은 매우 좁아서 잠재적 위험을 염려해 무조건 약제 사용을 제한할 수는 없다. 이에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황희정 교수는 “심장질환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으나 조기 발견하여 치료함으로써 대부분 중증 심장질환으로 이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항암 치료 외에도 방사선 치료도 심독성 유발 가능
◇ 심독성 방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지속 모니터링’
유럽 및 미국의 심장학회와 종양학회 등에서는 심독성 조기 발견을 위해 항암 치료 동안 일정 간격으로 심장표지자(cardiac biomarkers)와 심장초음파 검사를 시행할 것을 추천하고, 검사에서 이상이 발생하면 심장 전문의와 종양 전문의가 항암 치료 지속 여부를 논의할 것을 권고한다. 또한 환자가 이미 심혈관질환 과거력을 갖고 있거나 심혈관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항암 치료 전에 심장 전문의와 상의할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심독성 항암제의 사용을 무조건 피할 수는 없다. 그들의 항암 효과가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황희정 교수는 “국내에서는 2016년 심장종양학연구회가 발족되어 활발한 연구 활동 중이다. 이 연구회는 심장내과와 종양내과 전문의 뿐만 아니라 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정신과 전문의들이 참여하여 전문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외부 활동과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예상하여 미리 준비한다면 이들로 인한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