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 보자"…현산, 퇴출위기 속 ‘4240억 재건축’ 수주(종합)

관양현대 조합원 53%, 시공자 ‘현산’ 선택
광주사고 이후 조합원 반대 여론 높았으나
SPC 우회 이주비 대출 등 파격혜택으로 돌파
재기발판 마련했지만 행정처분 등 산넘어 산
  • 등록 2022-02-06 오전 9:34:06

    수정 2022-02-06 오후 9:20:13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HDC현대산업개발(294870)(HDC현산)이 경쟁사인 롯데건설을 제치고 안양시 관양동 관양현대아파트지구 재건축정비사업의 시공자로 선정됐다.

5일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에서 열린 관양현대아파트 시공사 선정 총회장에 조합원들이 줄을 서 있다.(사진=강신우 기자)
이번 정비사업 수주는 잇따른 광주 건설현장 붕괴사고로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올해 재건축시장에서 처음 인정받으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광주 사고와 관련한 징계처분 결과에 따라 시장 퇴출위기는 여전한 상태다.

관양현대 조합원 현산에 ‘신뢰’ 줬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관양현대 재건축 조합은 지난 5일 오후 2시 안양시 평촌동 CGV에서 열린 ‘관양동 현대아파트지구 재건축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총회’를 열고 HDC현산을 시공자로 최종 선정했다. 총회에는 조합원 총 959명(사전투표 포함)이 투표에 참여해 509명(53.1%)이 HDC현산의 손을 들어줬다. 롯데건설은 417표(43.5%)를 받았다. 기권표는 33표.

현산 관계자는 “힘든 시기에도 저희를 믿어준 조합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조합의 깊은 뜻을 헤아려 관양현대를 신뢰의 주거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관양현대(904가구·1985년 준공) 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1396번지 일대 6만2557㎡를 대상으로 지하 3층~지상 32층 공동주택 15개동, 1305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총 공사비는 4240억원 규모다.

현산은 이번 사업의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였다. 지난해 말 현산과 롯데건설이 입찰에 참여하면서 2파전 구도를 형성할 때까지만 해도 현산은 승산을 자신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로 안전문제가 부각되자 조합 내에서도 현산에 정비사업을 맡길 수 없다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기도 했다. 실제로 단지 내에는 일부 조합원들이 ‘현대산업 개발 보증금 돌려줄테니 제발 떠나주세요’, ‘우리의 재산과 목숨을 현산에 맡길 수 없다’ 등의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고 현산의 입찰 철회를 요구했다.

투표 결과는 드러난 분위기와는 정반대였다. 현산이 92표 차이로 롯데건설을 따돌리며 관양현대 재건축사업의 시공권을 따냈다. 업계에서는 현산이 이번 사업 수주에 오랜 기간 공을 들인데다 파격적인 조합원 혜택을 제시하면서 표차를 크게 벌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산은 지난달 22일 열린 1차 시공사 합동설명회에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해 2조원의 자금을 조달, 주택담보대출비율(LTV) 200% 가량의 이주비 혜택을 주고 분양가도 3.3㎡당 4800만원을 기준으로 미분양 발생시 대물변제를 통해 조합원들의 이익을 보장한다고 공약했다.

특히 SPC 설립을 통한 이주비 지원책은 앞서 대우건설이 GS건설을 제치고 과천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획득한 핵심 공약이기도 했다. 앞서 대우건설은 과천주공5단지 시세가 15억원을 넘으면서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이 막히자 SPC설립과 자사 연대보증으로 1조26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전액 조달, 이주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악땐 등록말소…퇴출위기 여전

업계에서는 이번 정비사업 수주로 현산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주 아파트붕괴 사고 후 첫 수주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저력을 보여준 덕이다. 다만 ‘영업정지’, ‘건설업 등록말소’, ‘신용등급 강등’ 위기 등의 악재가 현실화하고 있어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현산은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철거현장과 서구 화정동 아파트 등 2건의 붕괴사고에 징계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현산이 건설산업기본법상 최장 1년9개월간의 영업정지에 처할 가능성이 거론된데다 광주시에 이어 서울시도 HDC현산에 대해 건설업 등록 말소를 포함한 강력한 행정처분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퇴출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금융권에서 현산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겠다고 검토하고 나선 상황이다. 지난달 말 나이스·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주요 신용평가사는 현산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도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단기 조달금리가 올라 기업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우려할 처지에 놓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산이 관양현대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따내면서 희망의 끈을 잡은 분위기지만 1년 이상의 영업정지 처분만 받아도 사실상 시장에서는 퇴출 수준이어서 기사회생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한편 현산은 현재 개포주공1단지(도급액 1조741억원), 둔촌주공(8074억원), 이문3구역 재개발(5094억원) 등 굵직한 정비사업 공사를 포함해 기존도급금액이 총 27조117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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