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쏟아지는 저축은행 매물…주인찾기 분주

자산규모 15위 JT저축은행 매각 본격 착수
거래 성사 관건은 가격, 규제
  • 등록 2020-07-10 오전 1:30:00

    수정 2020-07-10 오전 1:30:0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자산 1조4000억원 규모 국내 15위 저축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며 대주주 손바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규제 때문에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M&A)이 쉽지 않다 보니 기존 금융회사가 아닌 제3의 매수자가 등장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9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일본 금융 그룹인 J트러스트그룹은 최근 JT저축은행을 매각하기 위해 김앤장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잠재 투자자들에게 투자 안내문(티저레터)을 보냈다.

J트러스트그룹은 현재 JT저축은행과 JT친애저축은행, JT캐피탈 등 국내 금융회사 3개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JT저축은행은 JT친애 다음으로 알짜 자회사로 꼽힌다.

보유 대출 자산만 약 1조1500억원에 달하는 등 국내 저축은행 79개 중 자산 기준 15위인 중상위권 저축은행이다. 지난해 이자로만 1000억원가량을 벌어들이며 영업이익 231억원, 당기순이익 181억원을 기록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OSB저축은행이 시장에 나온 이후 이 정도 규모의 저축은행이 시장에 나온 것은 1년 만이다”라며 “기업 대출 취급액과 가계 대출 취급액이 약 6 대 4 비율인 좋은 은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JT저축은행뿐 아니라 대아, 대원, 민국, 스마트저축은행 등 자산 1조원 미만의 중소형 저축은행도 잠재 매물로 꼽고 있다.

저축은행 매각 성사의 관건은 가격과 규제다. 현행 법령상 저축은행은 다른 저축은행을 소유할 수 없고, 같은 대주주가 저축은행을 2개 이상 소유하거나 정해진 영업 구역을 확대하는 합병도 불가능하다. 저축은행끼리 인수·합병(M&A)을 하기가 깐깐한 셈이다.

매도·매수자 간 눈높이 차이도 매각의 걸림돌이다. 작년 일본 오릭스가 지분 77%를 보유 중인 OSB저축은행 매각을 최종적으로 철회한 것도 오릭스 측이 가격을 올려받으려 한 것이 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 경영권 거래 가격은 통상 은행의 순자산(자산-부채)에 영업 구역 프리미엄을 붙여서 매겨진다. 영업 구역이 서울·수도권이면 은행 자기자본에 400억~500억원, 지방일 경우 200억~300억원을 붙여서 거래하는 것이다.

JT저축은행의 순자산(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1267억원으로 경기 성남시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JT저축은행의 적정 거래가격을 1700억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오너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향후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 당국이 검찰과 별개로 이 은행 오너인 유준원 상상인 대표를 상호저축은행법 위반을 이유로 제재했는데, 이 행정 조치가 확정될 경우 저축은행 지분을 10% 넘게 보유한 대주주가 될 수 없어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현재 행정 조치에 대한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이 조치와 무관하게 최대 주주가 사법 당국으로부터 10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대주주 결격 사유가 된다”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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