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에서는 코로나19사태로 인해 공장가동률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 전력난 우려를 이유로 할증제를 적용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등 공장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
산업용 전기요금은 계절 및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계시별 차등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시간대를 감안해 경부하(봄·가을철 23:00~09:00), 중간부하(09:00~10:00, 12:00~13:00, 17:00~23:00), 최대부하(10:00~12:00, 13:00~17:00)시간대로 나눠 전기요금을 차등 부과해 전력수요를 분산시키고 있다.
폭염과 혹한으로 전력수요가 몰리는 여름(6~8월)과 겨울철(11~2월)에는 전기요금을 할증 적용한다. 계약전력(한국전력과 한 달에 전기를 얼마나 사용하겠다는 계약) 300kW 이상을 이용할 경우 적용하는 산업용(을) 전기요금(고압A 선택II)은 최대부하시 여름철 전기요금은 봄·가을철에 비해 74.8%나 비싸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수출 충격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수출 부문 감소세가 지속되면 결국 산업활동, 특히 제조업 가동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도 중소제조업 에너지비용 부담 현황조사’ 에 따르면 기업들은 ‘전기요금 상승으로 인해 생산원가가 올라 가격경쟁력이 저하’(94.7%)되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전세계에 코로나19 여파가 미치면서 수출길이 막혀 공장 가동률이 뚝 떨어졌다”면서 “전에는 심야에 공장을 돌려 전기요금 부담을 줄였는데 야근수당을 감당해가면서 공장을 돌릴 필요도, 여력도 없다”고 말했다.
초저유가에 한전 실적개선 기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전력은 1조원대 적자를 내면서 전기요금을 인하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엔 상황이 다르다. 국제유가가 20달러대까지 뚝 떨어지면서 당장 1분기 실적부터는 대규모 흑자 달성이 기대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 실적은 유가에 연동되기 때문에 작년과 달리 올해엔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력수급 문제만 없다면 한시적으로도 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면 코로나19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여름철 기온변화에 따른 전력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아울러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서도 전기요금 인하는 가능한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들의 전기요금 부담 경감 요구에 대해 경기회복 속도, 기온변화,전력수급 상태 등 다양한 변수를 염두에 두고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김진우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 교수는 “전례없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기 때문에 정부가 유연한 정책을 펼칠 필요는 있다”면서도 “다만 한전이 향후 에너지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송·배전망에 상당한 투자를 해야하는 만큼 인하를 전제로 한 전기요금 개편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