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연초 이후 거세게 한국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토탈리턴(TR) 상장지수펀드(ETF)만큼은 지속적으로 매수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에선 한국 주식의 일부를 들고 있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TR ETF를 매수하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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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국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 중 1~3위는 모두 TR ETF였다. 코스피 지수가 회복세를 보여준 3월 23일부터 현재까지 외국인들의 순매수 상위종목 5개 중 3개는 TR ETF다. △1위 KODEX TOP5 PLUS TR(5397억원) △2위 KODEX MSCI KOREA TR(1545억원) △4위
KODEX 200(069500) TR(892억원)이 이름을 올렸다.
TR ETF는 배당금을 분배금으로 주지 않고 자동으로 재투자에 활용하는 상품이다. 배당을 받지 않으니 ETF를 매도할 때까지 세금이 이연되는 효과가 있다. 일반 ETF에 투자할 경우 배당소득세(15.4%)가 부과되지만, TR ETF의 경우 보유기간 과세(ETF 매매차익과 과세표준가격 증가분 중 더 작은 값에 세금 15.4% 부과)가 이뤄지는 까닭이다. 이에 보통 TR ETF는 한국 주식을 보유하면서 배당을 받되 세금을 회피하고 싶은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배당금이 자동적으로 재투자되므로 주가상승시 투자하면 복리의 효과까지 누릴 수 있어, 외국인들의 TR ETF 매수는 한국증시의 상승에 베팅하는 신호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19조 471억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했다. 외국인들이 한국증시에 발을 빼면서도 한켠으론 복리 효과를 얻으며 코스피 시장에 투자하는 TR ETF를 사고있는 모순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그저 ‘바이 코리아(Buy Korea)’라고 보기엔 찝찝한 이유다.
증권가에서도 아리송하다는 반응이다. 김남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투자를 계속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신흥국 전체를 사고 있는 건지 등 외국인들이 TR ETF를 매수하는 이유에 대해 증권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며 “기본적으로 일부 코스피 포지션은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세금이슈를 생각해 ETF를 가져가기 보단 TR ETF로 바꿔서 들고가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차익거래에 대한 수요가 발생한 것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승욱 삼성자산운용 ETF운용 본부장은 “TR ETF는 주로 홍콩계 투자자들이 많이 사는 만큼 연초 이후 주식을 팔고 있는 외국인들과 TR ETF를 사는 주체들이 다를 수 있다”며 “홍콩계 투자자들이 매수한 ETF를 환매해 현물 주식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차익거래에 나서는 한편, 바꾼 현물 주식을 통해 한국 주식시장의 노출도를 일정 정도 유지하려고 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의 경우 개인투자자와 달리 발행시장에서 ETF를 현물로 설정·환매하기 때문에, ETF를 산 뒤 환매해 포트폴리오대로 현물로 바꿔들 수 있단 얘기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 역시 이같은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 전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외국인들이 TR ETF를 많이 팔았는데 올해는 그 매도한 부분들을 다시 사들이고 있다”며 “세금이연 이슈도 있겠지만 그 뒷단엔 지난해 매도했던 것과는 반대의 방식으로 현물과 ETF 간의 교체작업을 진행하고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