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M&A]“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푸르덴셜 생명 인수전

코로나19 여파에 벌어진 인수가 시각차
본입찰 전후로 상황 급변…인수전 안개속
KB주총서 푸르덴셜생명 인수 적정성 논란
프로그레시브 딜 혹은 유찰 가능성 고개
  • 등록 2020-03-21 오전 6:50:00

    수정 2020-03-21 오전 6:50:00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본입찰을 마감한 푸르덴셜 생명 인수전이 흥미진진한 전개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에 국내외 경제가 출렁이며 인수가 산정이 복잡해지자 입찰 참여자 간 가격경쟁을 붙이는 ‘프로그레시브 딜’로 전환할 가능성이 꿈틀대고 있습니다.

유력 후보로 꼽히던 KB금융(105560)지주는 푸르덴셜 생명 인수 적정성을 두고 노사 간 논란이 일면서 새 국면을 맞았습니다. 두 달 전만 해도 ‘알짜’ 매물로 꼽히며 경쟁이 뜨거울 것으로 점치던 인수전이 서로의 이해관계 아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며 상황이 계속해서 바뀌는 모습입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다은 기자]
미국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인슈어런스홀딩스(PIIH)는 지난 19일 진행한 푸르덴셜 생명 매각 본입찰 결과 KB금융지주와 한앤컴퍼니(한앤코),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로부터 인수의향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1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MBK)는 입찰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집니다. 매각 측은 본입찰 마감 이후 참여하는 후보에도 참여 기회를 열어둘 방침으로 알려졌습니다.

극비 사항인 관계로 원매자별로 얼마의 가격을 써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원매자들과 푸르덴셜 간 인수가에 대한 시각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소 약 2조원, 많게는 3조원을 육박할 것이라던 입찰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실상 ‘새로고침’ 버튼을 눌렀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5일(현지시각) 코로나 19에 따른 경기침체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0.00~0.25%로 1% 포인트 인하했고 한국은행도 16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내린 상황. 자본 확충이나 수익성 측면에 있어 금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보험업계에서는 ‘첫 제로금리’ 시대의 시작은 먹구름과도 같은 소식입니다.

요동치는 환율도 변수입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4.50원 내린 1245.50원에 마감했습니다. 진정 국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올해 1월 첫날(1156원)과 비교하면 석 달여 만에 8% 가까이 급등한 수치입니다. 산술적으로 연초 2조원으로 점치던 매물 가치가 2조1600억원을 넘어선 것이죠. 가뜩이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산정에 애를 먹는 상황에서 환율이 ‘네가 왜 거기서 나와’ 하는 상황이 된 셈입니다.

상황이 이렇자 푸르덴셜 측이 몸값을 높이기 위해 본입찰 참여자를 대상으로 프로그레시브 딜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원매자들이) 적어낸 가격이 썩 맘에 들지 않으니 여기서부터 경매 방식으로 치르겠다’고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건데요. 원매자들의 인수 의지가 확고하다는 전제하에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1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KB)
이런 와중에 푸르덴셜 생명 인수전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KB금융은 인수 참여 적정성을 두고 노사 간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KB금융 주총에 참석한 KB손해보험 노조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의 푸르덴셜 생명 인수전 참여에 대해 “성과 부풀리기용 인수·합병(M&A)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생보사 매물이 시장에 많이 나올 수 있는 만큼 (몸값이 높은) 푸르덴셜 생명 인수에 나설 때가 아니다”고 주장 했습니다.

이에 윤 회장은 “비가 온다고 모든 사람이 집에 있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우산을 가진 사람은 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며 “보험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보험은 괜찮은 비즈니스이고 충분한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노조 측 주장에도 사실상 완주 의지를 피력했지만 갈등의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벌써부터 본입찰 이후 1~2주일 이내 나오는 우선협상대상자(우협) 선정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과감하게 유찰(인수전을 무효로 하는 것)을 단행하고 다음 기회를 노릴 것이라는 추측도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몸값 산정이 어려워진 만큼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다시 기회를 노리겠다는 건데요.

막바지로 가는 줄 알았던 푸르덴셜 생명 인수전에 새 변수가 계속 돋아나면서 ‘지금은 아닌 거 같다’고 평가받는 상황. 윤 회장의 말처럼 꽤 괜찮은 비즈니스이자 여전히 ‘알짜’로 꼽히는 푸르덴셜 생명은 봄기운이 완연해지기 전에 새 주인을 맞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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