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이 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한 지 15개월여가 흘렀으나 금융당국과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저조한 펀드 판매량 때문이다. 애초 △공모펀드 활성 △판매시장 메기 효과 △금융상품 저변확대 등을 우체국에 기대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우체국 판매 상품이 ‘저위험 성향’으로 한정된 데다, 판매에도 소극적인 조직 특성이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일반 금융사의 서비스가 미치지 못하는 도서지역 거주자의 아쉬움이 크다.
1년간 판매량 22억원
11일 금융투자협회 공시를 보면, 이날 현재 우정사업본부의 펀드 판매 설정액은 50억원이다. 판매 유형은 채권형 펀드가 20억원, 혼합채권형(주식 비중 30% 미만)과 단기금융(MMF)이 각각 15억원이다.
판매량은 절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우체국은 전국에 223개 총괄우체국을 두고 있어 시중은행에 버금가는 판매망을 두고 있다. 그러나 기간으로 판매량을 산술 평균해보면, 지난해 9월 판매 시작 이후 1개월당 판매량은 3억3000만원이다. 판매망별로 따진 판매량은 우체국 1곳당 2200만원 어치다.
이처럼 판매가 저조한 이유는 상품군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6월 우체국 펀드 판매를 인가할 당시 허가한 상품은 △MMF △국공채펀드 △일부 채권형 펀드(주식편입비율 30% 이하) 등 저위험 상품이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우체국은 16개 운용사의 91개(클래스 별도) 펀드를 취급하고 있다. 상품 전체의 1년 평균 수익률은 1.32%다. 가장 위험 등급이 높은 상품은 보통위험(6단계 중 4번째로 위험) 등급 상품으로 전체의 4%(4개) 남짓이다. 나머지는 ‘매우 낮은 위험’과 ‘낮은 위험’ 등 저위험 상품이다. 아울러 우체국이 가져가는 판매 수수료는 여타 판매사와 비슷해서 고객을 끌어들일 유인도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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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근 모바일이나 온라인에서 비대면 계좌개설이나 금융상품 가입도 가능하지만 도서지역 거주자들이 대부분 고령층인 금융약자인 만큼 비대면 거래를 활용하기는 녹록지 않다. 고령층 대상으로 저위험 상품만 판매하는 것이 맞지 않냐는 지적도 있는 반면 투자자 개인의 리스크 감내 여력에 따라 선택은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투자를 못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우정사업특례법상 우체국은 ‘금융위에서 인가받은 금융투자상품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금융위로부터 허가를 받으면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는 당분간 주식형 상품을 들여올 계획이 없다.
우정사업본부 예금사업과 관계자는 “펀드 판매는 새 사업이다 보니 판매량을 늘리는 것보다, 불완전 판매가 나지 않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직원 역량을 강화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기반을 닦은 이후에야 비로소 판매 실적 목표를 정하고 판매를 독려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