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 아빠, 외벌이 가장인 나는 2018년, 마흔 넷의 나이에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하고 야생으로 나왔다. 내가 퇴사한 이유는 나 스스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명확하게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회사에 다닐 때부터 틈틈이 글을 쓰고, 강의하고, 코칭을 했는데, 그러면서 경영과 리더십에 관한 나의 가치관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내 가치관과 충돌되는 일들이 많았고, 내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훈수 두는 전문가로 살아가는 게 맞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인생을 살면서 자신에게 던져야 할 중요한 질문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나는 어떤 존재(사람)가 되고 싶은가? 둘째, 나는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이다. 나는 개인과 조직의 변화와 성장을 돕기 위해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코칭을 하면서 훈수를 두는 전문가로 살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내가 어떻게 야생으로 나올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그리고 회사를 나오자마자 어떻게 제2의 삶으로 연착륙할 수 있었을까? 참고로 나는 글 쓰고, 강의하고, 코칭하는 일을 평생 업으로 삼으며 ‘덕업일치’하는 삶을 살고 싶었는데, 퇴사 후 이를 실현해가고 있다.
수입은 더 많아졌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으며, 언제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유도 생기는 등 내가 원하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질문의 답은 ‘이재형’이라는 이름 석 자만으로 회사 밖에서도 통하는 진짜 역량, 즉 ‘발가벗은 힘’을 키우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입사 초년생 시절, 나는 ‘내 삶이 인사고과, 승진 등에 의해 동기부여 된다면, 결국 난 행복하지 않을 거야’라는 깨우침을 얻었다. 그래서 ‘일을 즐겁게 하고, 그 안에서 가치를 찾자!’, ‘승진이 아닌 외부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진짜 나의 역량을 키우자!’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또 사내강사로 활동하며 나의 재능을 꾸준히 키웠다. 역량과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40대 초반에 그룹사의 CFO(최고재무책임자) 겸 경영기획총괄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퇴사를 한다고 하자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명확히 정리되었고, 그래서 40대 중반부터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겠노라는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용기를 내어 사표를 던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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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평생 팀장, 임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잘나가던 직책자가 하루 아침에 보직을 잃고 헤매는 경우는 허다하다. 조직이라는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라면,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부하 직원들이 그 피라미드를 떠받치고 있기에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온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명함의 힘’은 조직을 떠나면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자생력을 갖추고 시장이 알아주는 전문 역량, 즉 ‘발가벗은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내가 코칭하면서 만나는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의 CEO, 임원들도 퇴사 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직급이 높을수록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이나 성과가 자신의 힘이라고 착각하기에 현실에서의 충격은 더 큰 것이다. 평사원도 마찬가지다.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윗사람 입맛에 맞는 보고서만 쓸 줄 아는 사람은 내용연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제2의 인생에 대한 준비 없이 퇴사하게 되면, 바로 은퇴기에 돌입하게 된다.
그렇다면 ‘발가벗은 힘’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퇴사 후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나는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싶다.
첫째, 회사에서 ‘Plan B’를 완성하라. ‘회사가 전쟁터면 밖은 지옥’인 상황에서, 준비가 안 된 어설픈 상태에서 무모하게 야생으로 나오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개인과 기업의 본질적 성장과 변화를 돕는 최고의 전문가’라는 비전과 ‘내가 보유한 지적 역량을 사회에 환원하여 보다 가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신념을 세우고 퇴직 후엔 전문가의 삶을 살겠노라 다짐했다. 이후 나는 3년간 집중적으로 퇴근 후 1시간, 주말 아침시간을 활용하면서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둘째, 평상시 회사 밖의 사람들과도 교류하라. 내가 야생에서 연착륙할 수 있었던 것은 나 스스로 준비가 되어 있었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마케팅·영업해 줄 에이전트 회사, 교육회사들과 평상시 네트워킹이 되어 있었고, 이들은 내가 퇴사 소식을 알리자 나를 시장에 적극적으로 세일즈 해줬다.
넷째, 직장에 다니면서 ‘덕질’을 소홀히 하지 말라. ‘좋아하는 일이 밥 먹여 주는 시대’가 됐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유튜버가 먹방을 하며 연봉 10억 원을 버는 세상이 된 것이다. 나 역시 회사에 다니며 꾸준히 글을 쓰고, 강의 콘텐츠를 구상하면서 회사 밖의 세상과 계속 소통했다. 그 결과 ‘덕업일치’하는 삶을 실현하며 퇴사 후의 삶으로 연착륙할 수 있었다.
다섯째, 앞서 말한 ‘인생을 살면서 자신에게 던져야 할 중요한 질문 두 가지’를 스스로에게 던져보라. 다섯 가지 조언 중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어쩌면 직장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스펙이나 단순한 역량이 아니라, 내 이름 석 자만으로도 우뚝 설 수 있는 ‘발가벗은 힘’ 아닐까?
이재형 비즈니스임팩트 대표
전략 및 조직변화와 혁신 분야의 비즈니스 교육·코칭·컨설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KT 전략기획실 등을 거쳐 KT그룹사 CFO(최고재무책임자) 겸 경영기획총괄로 일했다.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에서 MBA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CTI 인증 전문코치(CPCC), ICF(국제코치연맹) 인증 전문코치(ACC), (사)한국코치협회 인증 전문코치(KPC)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저서로는 《발가벗은 힘》, 《스마트하게 경영하고 두려움 없이 실행하라》, 《전략을 혁신하라》, 《식당부자들의 성공전략》, 《인생은 전략이다》가 있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