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이라는 것이 폭발했다…창작뮤지컬 '스웨그에이지'

한국적 소재 작품, 여름 뮤지컬시장 선전
서울예대 학생 작품에서 정식 공연까지 올라
시조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애환 풀어내
  • 등록 2019-07-23 오전 6:00:00

    수정 2019-07-23 오전 6:00:00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한 장면(사진=PL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청산에 살어리랏다. 호우~”

15년 만에 열린 ‘조선시조자랑’ 대회. 금목걸이에 옷을 빼입고 무대에 오른 세 남자 배우들이 ‘소울’ 충만한 목소리로 ‘청산별곡’을 부른다. 그러나 심사결과는 안타깝게도 ‘불호’. 배우들이 멋쩍은 듯한 표정으로 무대 뒤로 들어가자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시조라는 한국적 소재에 ‘흥’을 더한 창작뮤지컬이 여름 뮤지컬시장에서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18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초연에 오른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하 ‘스웨그에이지’)다. 극작가 박찬민, 작곡가 이정연, 연출가 우진하 등 서울예대 출신 신예 창작진의 데뷔작이다. 대학 공연으로 출발해 정식 공연에 오른 이례적인 케이스로 개막 전부터 뮤지컬계의 관심을 받았다.

작품은 시조를 국가 이념으로 삼고 있는 상상 속의 조선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백성들이 삶의 고단함과 역경을 잊기 위해 불렀던 시조는 평범한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다. 신분과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부를 수 있었던 시조는 그러나 15년 전 있었던 왕에 대한 반역 사건으로 지금은 양반만 부를 수 있는 불평등의 상징이 됐다.

“후레자식 매일같이 무위도식 내가 바로 조선에서 제일 씩씩?!” 부모 없이 자라난 고아로 저잣거리에서 거침없이 시조를 노래하는 청년 ‘단’이 작품의 흥을 이끈다. 단이 권력층에 맞서 누구나 시조를 부를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골빈당’ 멤버들과 양반의 딸이라는 신분을 숨기고 이들과 함께 활동하는 ‘진’을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간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한 장면(사진=PL엔터테인먼트).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흥겨운 음악이 가장 먼저 귀를 사로잡는다. 전통음악 특유의 장단에 시조를 랩처럽 노래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한국식 ‘스웨그’를 느끼게 한다. ‘랩 배틀’에서 차용한 ‘시조 배틀’, ‘전국노래자랑’을 패러디한 ‘조선시조자랑’ 등 현대적 요소를 빌려온 패러디도 웃음을 자아낸다.

안무도 인상적이다. ‘골빈당’ 멤버들이 부르는 넘버 ‘이것이 양반놀음’에서는 탈춤의 손동작을 적극 활용한 색다른 군무를 선보인다. ‘골빈당’이 ‘조선시조사랑’ 본선 무대에서 부르는 ‘정녕 당연한 일인가’는 아이돌 그룹을 연상시키는 각 잡힌 군무로 작품에 비장함을 더한다.

무엇보다 ‘스웨그에이지’의 미덕은 자유와 평등이라는 주제를 시조라는 소재로 공감 가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권력에 짓눌린 채 힘겹게 살아가는 백성들을 대변해 “당연하게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고 노래하는 ‘골빈당’의 모습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왕 위에 군림하려는 권세가와 백성에게 고개를 숙이는 왕의 모습은 지난 탄핵 정국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작품은 2017년 봄부터 제작을 준비했다.

뮤지컬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신인 배우들이 대거 활약한다. 단 역에는 배우 이휘종, 양희준, 그룹 유키스 멤버 준이 캐스팅됐다. 양희준은 서울예대 공연 때부터 단 역을 맡아 이번이 첫 뮤지컬 데뷔다. 진 역에는 웨스트엔드 ‘미스 사이공’으로 데뷔해 화제가 된 김수하가 캐스팅됐다. ‘더 캐슬’ ‘시라노’ 등에 출연했던 신예 김수연도 단 역으로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8월 25일까지.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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