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오해와 진실]1년째 날개 꺾인 진에어, 언제 비상하나

물컵갑질→외국인 등기이사→면허취소 위기
국토부 제재 결정에 지난 1년간 경영 문화 개선
제재 지속..조현민, 1년2개월 만에 경영 복귀
김현미 장관 "진에어 경영혁신 이행되지 않았다"
  • 등록 2019-07-13 오전 7:07:07

    수정 2019-07-13 오전 7:07:07

‘진에어 면허취소 반대를 위한 직원모임’의 대표인 박상모(왼쪽)운항승무원팀 B737 기장이 2018년 7월 25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진에어 직원 생존을 위협하는 국토부 갑질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진에어(272450)는 나의 삶의 터전이고 청춘을 다 바친 회사다.”

작년 7월 25일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길거리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한 정비사의 외침이다. 이날 광화문 정부 서울청사 정문에 모인 500여명 진에어 직원은 ‘진에어 직원 생존을 위협하는 국토부 갑질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진에어 직원은 회사를 지키기 위해 2번의 거리 집회와 탄원서 작성, 기금 모금 등으로 지난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보냈다.

직원들의 호소에 진에어는 면허취소 위기는 간신히 넘겼지만,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다음 달이면 진에어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재를 받은 지 꼭 1년이 된다.

국토부의 제재 탓에 1년 동안 진에어는 날개를 펼 수 없었다. 진에어는 신규 항공기 도입과 등록에 제한이 있어 이미 리스계약을 마친 비행기도 띄우지 못했다. 신규 노선 운항 허가 제한에 걸려 다른 경쟁 저비용항공사(LCC)가 몽골과 싱가포르, 중국 등 운수권 확보에 사활을 걸 때 참여조차 못했다. 또 항공사가 탄력적으로 운항하며 노선을 개척할 수 있는 용도 등으로 활용하는 부정기편도 띄울 수 없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물컵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대한항공 전 여객마케팅 전무가 1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한진그룹의 ‘갑질’이다. 한진그룹의 차녀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지난해 광고대행사 직원들과의 회의 도중 물컵을 던져 물의를 빚었던 이른바 ‘물컵갑질’에서 진에어의 고통은 시작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014년 당시 땅콩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비행기를 회항시킨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이후에 한진그룹에서 또 일어난 갑질사건에 여론은 곱지 않았다.

물컵갑질 사건 이후 한진그룹에 대한 보도가 융단폭격 수준으로 쏟아졌다. 그중에 조현민 전무가 미국 국적자인 ‘조 에밀리 리(Cho Emily Lee)’인데 진에어 등기이사로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6년간 재직했던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항공법상 외국인이 국적 항공사의 등기이사로 재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면허 취소 사유가 돼 진에어가 하루아침에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했었다.

정부는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 했고, 오너 경영자는 품위에 걸맞지 않은 행동으로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그러나 불똥은 애먼 데로 튀었다. 물컵갑질은 나비효과로 이어져 진에어 직원의 고용불안을 일으켰다.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될 위기에 처한 것은 2000여명에 달하는 진에어 직원이었다. 작년 폭염 속에서도 진에어 임직원이 거리투쟁에 나섰던 이유기도 하다.

진에어, B777-200ER(사진=진에어)
진에어 경영혁신, “이행 안됐다” vs “완료했다”

지난해 8월17일 국토부 제재 결정 이후 진에어는 경영문화 개선에 나섰다.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이사회 구성이다.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했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의 수가 사내이사의 수보다 많아진 것. 상법상 사외이사 구성요건은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지만, 진에어는 이를 초과해 절반 이상으로 구성했다. 이로써 사외이사의 역할을 강화해 투명한 경영환경을 확립했다. 이어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추천위원회 등을 구성해 객관적인 의사 결정 체제를 구축했다.

또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계열사 임원의 참여를 배제해 진에어 독자적인 의사 결정 시스템을 정립했다. 진에어 회사 경영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효율적인 경영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다.

이 밖에도 법무실을 신설해 변호사 추가 인력을 채용했으며,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내부비리 신고제도 도입 등 준법경영을 위한 제도개선에도 나섰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인사제도를 개선하고 사내 고충처리 시스템을 보완했다.

아울러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참여한 사랑의 연탄나눔 행사, 복지센터 자원봉사활동 등을 운영했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에도 기약 없는 기다림이 이어지자 진에어 노조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면담을 신청하기도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8일 오전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머리를 만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진에어의 노력에도 국토부는 제재를 풀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에어에 1년째 제재가 이어지고 있는데 과잉규제가 아니냐”는 이용호 무소속 국회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의 지적에 “작년 사건이 났을 때 진에어는 경영혁신을 하겠다고 했다”며 “최근 자신들의 경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외부 조사를 받아서 제출하겠다고 약속하고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았다. 그 결과를 보려 한다”고 말했다.

진에어가 국토부 제재를 받게 된 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조현민 전무는 최근 물컵갑질 이후 1년2개월 만에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이는 국토부의 제재 해제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진에어 노조는 “한진칼은 진에어 지분 60%를 보유한 1대 주주로 진에어를 사실적으로 지배하겠다는 뜻과 다름없다”며 “조현민 전무의 지주사 경영복귀를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진에어가 지난 1년간 사업확장도 못 하고 제재를 받게 된 원인이었던 오너 경영자는 다른 계열사로 경영 복귀를 했으며, 진에어의 명운을 쥐고 있는 국토부 수장은 여전히 지켜보겠다며 제재 해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진에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마냥 기다리는 게 최선책이다.

진에어는 언제쯤 날개를 다시 펼 수 있을까. 이런 가운데 김현미 장관은 총선 출마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항공업계는 국토부 장관 교체가 진에어에 대한 제재가 풀리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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