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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결혼 2년차 김소영(가명·34)씨는 결혼 후 첫 명절인 작년 추석 시가에서 남편의 남동생과 여동생에게 ‘도련님’ ‘아가씨’라고 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손발이 오그라든다. 연애시절부터 남편 동생들을 만날때는 ‘00씨’라고 불렀던 터라 ‘도련님’과 ‘아가씨’도 이 호칭을 듣고 무척이나 어색해했다. 결국 남편과 남편 동생들이 시부모님께 불편함을 말씀드렸고 올해부터는 ‘하대’가 아닌 수준에서 형제들끼리 호칭을 편하게 하기로 했다.
가족 내 성차별적 호칭 문제가 변화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사회변화에도 불구하고 남성 집안만을 높여 부르는 성별 비대칭적 가족호칭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가 공론화 작업을 거쳐 대안을 내놓기로 했다. 이번 설에는 오랜만에 만난 시가 식구들과 호칭문제에 대해 터놓고 얘기해보는 것은 어떨까.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여성 93% 남성 56% ‘바꿔야’
여성가족부는 올해 ‘건강가정 기본계획’에 성별 비대칭적 가족호칭 문제 개선안을 포함시켰다. 여가부 관계자는 “호칭을 정부가 강제로 개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발생한 기존 호칭의 불편함에 대해 함께 논의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남편의 동생을 부르는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라는 호칭을 계속 사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여성의 93.6%, 남성 56.8%가 ‘바꿔야 한다’고 답할 만큼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설문조사는 국민생각함에서 오는 22일까지 진행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 시민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후 상반기 중 가족호칭 개선 권고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집사람→배우자, 외가→어머니 본가’ 어때요
서울시여성가족재단도 설 명절을 맞아 명절에 흔히 겪는 개선해야 할 성차별 언어·호칭 7건과 쓰지 말아야 할 속담 및 관용표현 TOP7을 담아 ‘서울시 성평등 생활사전-설특집’을 발표했다.
△남성 쪽은 집 밖에서 일하고, 여성 쪽은 집 안에서 일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집사람·안사람·바깥사람이라는 말을 지양하고 배우자로 △남편의 도움을 외조로, 아내의 도움을 내조로 표현하는 것을 배우자의 지원, 도움 등으로 고쳐 부르자는 의견이다.
또 △친할 친(親), 바깥 외(外) 자를 써 구분하는 것을 아버지 본가, 어머니 본가로 풀어 쓰고 △장인, 장모, 시아버지, 시어머니 등 처가와 시가를 구분하는 호칭을 어머님, 아버님으로 통일하자는 제안이다.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맡아 꾸려 가는 안주인, 여성을 지칭해 쓰이는 ‘주부’라는 말도 ‘살림꾼’으로 남성과 여성 모두 쓸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다.
△미망인을 故○○○의 배우자로 △미혼모를 비혼모로 바꾸자는 의견도 있었다.
성차별 속담 및 관용표현으로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가 1위를 차지했다. ‘남자는 돈, 여자는 얼굴’, ‘남자는 일생에서 세 번만 울어야 한다’가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