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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정보(정맥)를 등록해야 기숙사 출입이 가능한데 명확한 동의절차는 없었던 것 같아요”
서울시가 서울 내 대학 기숙사들을 조사한 결과 과도한 출입·외박 통제와 벌점제도로 재학생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곳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를 심각한 인권 침해로 인식, 올해 안에 ‘인권친화적 공동생활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개선 조치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27일 재학생 7000명 이상의 대학 기숙사 38곳과 공공기숙사 2곳 등 30곳의 기숙사를 대상으로 ‘인권’ 관점에서 시행한 기숙사 운영 실태조사 결과를 전국 최초로 실시해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5월까지 △기숙사 사칙 전수조사 △입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 경험 설문조사 △대학생, 기숙사 행정 담당자 등 이해관계자 대상 심층면접 등 크게 세가지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몇몇 대학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기숙사가 사칙에 출입통제 시간(오전 0시~5시 또는 1시~6시)을 명시하고 있었다. 특히 여학생에게만 출입 제한 시간을 적용하는 기숙사도 있었고,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을 시 학부모에게 출입전산자료를 송부하겠다는 내용을 규정으로 담은 기숙사도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징계 또는 퇴사 기준으로 ‘관장이 부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자’ 등 자의적 판단에 맡긴 규정을 실은 곳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칙 대부분이 함께 거주하는데 필요한 규율이라기보다는 기숙사생을 통제하는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입소생 대부분 기숙사 생활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으나 출입통제와 벌점제도 등 억압적인 사칙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기숙사 출입·외박 통제(26.5%) △과도한 벌점제도(13.2%)를 가장 심각한 인권 문제로 꼽았다. 그 중에서도 여대 기숙사생들이 남녀공학보다 높은 비율로 ‘출입 및 외박 통제’(여대 36.1%·공학 24.3%)와 ‘벌점제도’(여대 18.7%·공학 12%)를 심각한 인권문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층 면접 결과 학교 관계자들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출입이나 외박 통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학생들은 출입시간을 어겨 벌점을 받느니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낫다고 답해 오히려 학생들을 방치하는 모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연말까지 ‘인권친화적 공동생활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방침이다. 인권, 자율성, 민주성으르 답보할 수 있게 ‘차별금지’ 및 ‘사생활 존중’ 등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원칙을 담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