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럴까. 흰 콧수염에 안경 낀 깐깐한 영어교사 같은 외모에서 풍기듯 볼턴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정부의 초강경 정책을 이끈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핵심 인물이다.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상징하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통한 ‘패권’ 야심을 보였던 그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옛 로마의 격언을 자주 인용할 정도로 ‘강경파 중 강경파’로 불린다. 한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기 국무차관 입각설이 제기됐으나 워낙 극단적 성격 탓에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조차 완곡히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2003년 이라크 침공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 은닉이 추후 ‘거짓’ 판명됐지만, 여전히 “합법적 군사행동”이라고 강변하는 모습에서 그의 성격을 유추할 수 있다.
볼턴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로널드 레이건부터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등 공화당 대통령 3명의 행정부에서 일해온 볼턴은 아들 부시 시절 국무부 차관·유엔주재 대사를 지내며 당시 햇볕정책을 놓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자주 충돌했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햇볕정책 설계자인 김대중을 비판하며 “몇몇 한국 관료와 외교관은 북한 ‘옹호자’”라고 쓸 정도였다.
문제는 이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늦어도 6월초 어느 날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정의용(국가안보실장)·볼턴’ 채널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나마 탄탄했다고 평가받는 ‘정의용· 맥매스터(전 NSC 보좌관)’라인과 같을 수는 없다. 볼턴은 아직 문 대통령을 마뜩잖은 ‘김대중·노무현의 후계자’ 정도로 생각할 공산이 크다. 그의 언행으로 유추한 볼턴의 비핵화 구상은 이렇다. “김정은! 우리가 하자는 대로 하라. 아니면 전쟁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극단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싫든 좋든 볼턴의 시대는 이제 막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