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술년(戊戌年) 새해를 앞둔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은 새해 첫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진을 찍고 포옹하는 여행객들 사이로 ‘잘 다녀오라’며 어깨를 토닥이는 가족이 눈에 띄었다.
채은주(20·여)씨는 새해 첫날 튀니지로 떠난다. 카타르 도하를 거쳐 목적지까지 꼬박 24시간이 걸린다. 어머니 김진(50)씨는 아랍어를 전공한 딸이 튀니지 유학을 가겠다는 결정에 힘을 실어 주었다. 아버지 채모씨는 딸과 어머니의 대화를 한발 뒤에서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새해 소망을 묻자 김씨는 “딸이 먼 길을 떠나지만 꿋꿋하게 잘해낼 거라 믿는다”며 “새해에는 가족들 모두 아프지 말고 타지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층 입국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해외에 머물다 고국에서 새해를 맞이한 인파가 쏟아졌다.
|
최혜주(20·여)씨는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3층 출국장에서 승객들의 출국 절차를 도와주는 일을 맡았다. 9시간 넘게 서 있어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최 씨는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앞서 많이 배울 수 있어 힘들지 않다”며 “내년에는 교육생 신분이 아닌 정식으로 공항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3층 출국장 중앙에 들어선 인천국제공항 경찰치안센터 직원들도 새해를 공항에서 맞았다. 지난 9월 27일 첫 업무를 시작한 인천공항경찰대는 외국인과 대화가 가능한 경찰관 13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날 오후 7시에 업무를 시작한 야간근무조는 새해 아침 9시까지 치안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치안센터 내 막내인 이승훈(23) 일경은 태어나 11살까지 독일에서 산 경험을 인정받아 이곳에서 근무 중이다. 이 일경은 “내 후년 제대하는 날까지 가족 모두가 건강하게 지내기만 바랄 뿐이다”며 수줍게 웃었다.
|
공항 청소 노동자들은 하루 3교대로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밤 10시에 출근한 야간 근무조는 오전 7시(휴식시간 1시간 포함)까지 출·입국장을 돌며 환경 미화 업무를 할 예정이다.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26일 협력사 비정규직 근로자 1만 명 가운데 소방대와 보안검색 분야 약 3000명을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 비정규직 7000여명은 자회사 2곳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난 5월 인천공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지 약 7개월 만에 노사가 정규직 전환에 합의한 것이다.
공항 내 비정규직 근무자들은 맘 편히 일 할 수 있는 노동 환경 조성을 새해 소망으로 꼽았다.
김씨는 “올해는 모두가 정규직 전환이라는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며 “정부에서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여 모든 노동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