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 칼럼]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 등록 2017-12-15 오전 6:00:00

    수정 2017-12-15 오전 6:00:00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중국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주었다. 국빈방문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로는 대접이 흡족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사드 갈등이 봉합됐다고 하면서도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이 끝나고 공동성명조차 생략된 채 각자의 언론발표로 대체됐다. 공항 영접에 나온 중국 측 인사의 격에서부터 빚어진 논란이다. 청와대는 아무 문제도 아니라는 투지만 오히려 그런 태도가 낯설기만 하다.

사드 보복이 진행되면서부터 양국 관계에 대한 물음표가 제기됐던 상황이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이 치졸한 보복조치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건만 우리 정부는 한마디도 꺼내지 못한 채 넘어갔다. 새로 베이징에 부임한 노영민 대사는 우리 기업들의 잘못으로 돌리기도 했다. 도대체 중국이 우리에게 무엇이고, 우리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단 말인가.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을 수행 취재하던 우리 기자들이 폭행을 당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얕잡아 보이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얘기를 되돌리자면 사드 배치는 우리의 안보 문제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비한 기본적인 방어 수단이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과의 우호관계를 앞세워 핵 문제에 대해서는 미적지근한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우리에게는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보복이 해제됐다고 하지만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에 대해서는 앙갚음이 여전하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의심받으면서까지 ‘3불’ 방안을 다짐한 마당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중국의 오만함을 더 참아야 한다면 분명 어디에선가 잘못됐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아쉬운 것이 더 많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 우선의 현안은 역시 한반도 문제다. 북핵 문제와 관련한 한반도 운명이 결국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국과 북한 붕괴 대책을 논의했다”는 미국 틸러슨 국무장관의 며칠 전 언급만 해도 그러하다. 미·중 사이에 ‘북핵 이후’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북핵 문제를 떠나서도 경제 교류에 있어서는 더욱 밀접하게 얽혀 있는 관계다. 중국이 이미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교역 상대국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중국이 재채기만 해도 우리는 금방 감기에 걸리기 마련이다. 사드보복을 당하는 과정에서도 뚜렷이 확인된 사실이다. 내년 초로 다가온 평창올림픽에 있어서도 중국의 협력은 절실하다. 우리 정부가 올림픽 기간 중 시 주석의 방한 초청을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중국에 무시를 당하면서까지 견뎌야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양국의 미래 관계를 더욱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만 한다. 우리도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이 중요하다. 그동안 문제가 벌어지더라도 사소한 문제에 있어서는 가급적 덮고 넘어가려 했던 것이 지금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이나 일본과의 형평성을 건드리면서까지 중국에 기울어진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각국에 대해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존 외교관계에 균형이 깨진 게 아니냐는 논란이 심화되는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이라고 서운한 마음이 없지 않을 것이다. 국가 체제상 중국처럼 비상식적인 보복조치를 발동하기 어려울 뿐이다. 그렇다고 손쉬운 상대로만 간주했다가는 언젠가 외길 징검다리에서 마주쳤을 때 뒷감당이 쉽지 않을 것이다.

전통 우방인 미국에서 왜 평창올림픽 참가에 망설이는 듯한 발언이 쏟아졌는지 여러 추측이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중국에 기우는 우리 정부의 처사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을 스쳐들어서는 곤란하다. 미국이나 일본에 기대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경계할 만큼 중국에 기울어지는 지금 모습이 걱정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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