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으로 상가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서울·수도권 도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깔세 점포가 수도권 2기 신도시로까지 퍼지고 있다. 통상 3~6개월만 단기로 상가를 임차해 매장을 운영하는 ‘깔세’가 기존 도심 주요 상권을 벗어나 위례신도시와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하남 미사강변도시 등 신흥 도시 곳곳으로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깔세는 보증금이나 권리금 없이 짧게는 1~3개월, 길게는 6개월~1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고 계약을 맺는 ‘선납형 단기 임대’를 말한다. ‘점포 정리’, ‘땡처리’ 등의 현수막을 붙여놓고 등산복·신발·화장품 등 물건을 파는 매장이 흔히 접할 수 있는 깔세 점포다. 권리금 등 목돈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치고 빠지는 ‘한탕 장사’로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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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자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점포 주인은 급기야 ‘무(無)권리금·무(無)보증금’을 내세운 ‘깔세’ 매물을 내놓고 있다. 위례신도시 대형 상가 건물에 들어선 전용면적 46㎡짜리 점포 주인은 ‘월세 100만원 깔세’를 거래 조건으로 내걸었다. 점포 위치와 면적에 따라 월 200만~300만원대 깔세 매물도 있다. 깔세 시세는 원래 월세보다 20~30% 올려 받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 T공인 관계자는 “상가시장 침체로 임차인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3~6개월짜리 깔세를 놓는 상가 주인이 적지 않다”며 “이같은 깔세 점포가 지난 6월부터 상가들이 속속 입점하고 있는 위례신도시 남쪽인 성남시 창곡동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동탄2신도시에서도 초단기 상가 점포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수서발고속철도(SRT)가 지나는 동탄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화성시 오산동·영천동 일대 상권이 대표적이다. 영천동 H공인 관계자는 “점포 주인들이 보증금과 월세를 내고 장사하려는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자 어쩔 수 없이 깔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경기가 워낙 어렵다보니 월세를 많이 깎아서 단기 임대 매물을 내놔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임대·임차인 모두 피해 볼 수도…임대차 계약서 잘 써야”
신도시 상가가 비싸게 분양된 것도 깔세 점포 등장의 또다른 이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위례신도시 근린상가 분양가(이하 1층 기준)는 3.3㎡당 4500만~4900만원대다. 하남 미사강변도시는 3.3㎡당 3000만~3900만원대, 동탄2신도시는 3100만~3800만원대다. 이는 지난 3분기 전국 상가 평균 분양가(3.3㎡당 2558만원)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다. 김민영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상가 분양가가 비싸다 보니 점포주가 임대료를 높일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임차인을 못 구해 최선책으로 깔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따라서 신도시 상가 투자에 앞서 업종 유지가 가능한 적절한 분양가로 책정됐는 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임차인의 경우 1년 미만의 깔세 거래를 하면 보증금 부담이 없지만 월세를 기존 임대료보다 더 비싸게 내야 하고 상가임대차보호법도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아무리 짧은 기간만 임차인으로 들어가더라도 계약서를 꼼꼼하게 작성해야 피해를 봤을 때 보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