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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곳곳에서 매머드급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해당 단지는 물론 인근 아파트 전셋값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한꺼번에 전세 물량이 쏟아지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2014년부터 대규모로 공급된 아파트의 입주 시점이 내년부터 차례차례 도래하면서 이런 현상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금으로 잔금을 마련하려고 했던 ‘갭(Gap) 투자자’에게는 비상이 걸린 셈이다.
“물량에 장사 없다”…인근 아파트 전셋값도 ‘뚝’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센트라스 아파트는 입주 한 두달 전까지도 전용면적 84㎡가 6억원대에 전세 거래가 됐지만 지금은 5억원 초반에도 계약이 쉽지 않다. 옆 동네 같은 시기 입주에 나선 옥수동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 전세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도 7억 5000만원에서 6억 300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옥수동 한 공인중개사는 “성동구 일대에서 몇 년 전 분양했던 아파트 단지들이 잇달아 입주하면서 미니 신도시급 공급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센트라스만 해도 단지 규모가 1, 2차를 합해 2529가구이며 2000여가구에 달하는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도 내년 1월까지 입주가 완료된다.
마포구 일대도 입주 아파트로 전세시장에 때 아닌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애오개 아이파크’(125가구)와 ‘아현 아이파크’(497가구), ‘e편한세상 신촌’(1910가구) 등 신규 아파트가 내년 초 줄줄이 입주하면서 주변 아파트 전셋값까지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e편한세상 신촌 전용 84㎡형 전세금은 5억 8000만원 선으로 올해 초보다 7000만원 가량 내렸다. 새 아파트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인근 아현동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전용 84㎡형 전세금도 석달 새 1억원가량 내려 5억 5000만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준주택인 오피스텔 역시 입주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전국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내년 4만 5448실, 2018년 5만 4223실로 2004년(9만 5652실) 이후 최대치다. 오피스텔은 임대차 시장에서 소형아파트와 경쟁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입주 물량이 집중될 경우 임대차시장이 가장 먼저 흔들릴 수밖에 없는 만큼 보증금을 통해 대출 잔금을 내려고 하는 경우 자금 사정을 꼼꼼히 점검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역전세난으로 전세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새 아파트의 잔금 연체율 증가도 예상된다”며 “연체료 부담을 덜기 위해 급매물이 쌓일 경우 매맷값도 동반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