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의 남자 우병우, 18기와 악연 재연하나

우병우 민정수석이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이석수(사법연수원 18기) 청와대특별감찰관이 우병우(사법연수원 19기) 청와대 민정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우 수석과 사법연수원 18기 선배 법조인들 간의 악연이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다.

청와대가 사상 초유의 현직 민정수석 검찰 수사를 앞두고도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내용 누설 의혹을 문제 삼으며 오히려 ‘우병우 감싸기’에 돌입하자, 이번에도 18기(이석수 특감)가 우병우와의 파워싸움에서 밀렸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19일 춘추관에서 “이 특별감찰관이 감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찰내용을 특정언론에 유출하고 특정언론과 서로 의견을 교환한 것은 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저버린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밝혔다. 김 홍보수석은 특히 이 특별감찰관의 행동을 ‘묵과하기 힘든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고도 규정하며 이 특별감찰관을 정조준했다. 사실상 청와대가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결별 수순을 밟았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당초 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을 감찰한다고 했을 때, 생색내기식 봐주기 감찰이 될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우 수석을 향해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검찰 수사 개시를 압박하는 여론이 높을 때라 감찰로 시간을 끌어 소나기를 피하자는 청와대 의도가 담겨 있을 거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감찰은 이런 예상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이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을 상대로 강도놓은 감찰을 시도했고 우 수석 측은 예상으로 뛰어넘는 압박수위에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감찰관이 사법연수원 18기였다는 사실에서 감찰 강도가 세진 이유를 찾는다.

연수원 19기인 우 수석이 민정수석에 부임한 이후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변찬우 대검 강력부장 등 잘나가던 연수원 18기 선배들이 줄줄이 옷을 벗는 이른바 인사 학살을 당했다. 이에 18기 일원인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인사 학살의 원흉(?)인 우 수석에게 본때를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전세는 18기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 특별감찰관과 우 수석측의 파워게임은 이 감찰관이 한 일간지 기자와 통화한 내용이 보도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이 특별감찰관이 기자와 통화를 하면서 감찰 내용 일부를 흘렸다는 보도는 특별감찰관의 우 수석 감찰이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는 근거로 활용됐다.

이 특별감찰관은 감찰 활동 종료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우 수석 비위 의혹을 검찰에 수사의뢰 하면서 반전을 시도했다. 실제 특별감찰관의 검찰 수사 의뢰 후 우 수석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야권에서는 일제히 “사정 라인 총괄 책임자인 민정수석이 현직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게 부적절하다”며 우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날 사실상 우 수석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양측 간 파워싸움 승리의 추는 우병우 수석쪽으로 다시 기울고 있다. 청와대가 국기문란까지 운운하며 특별감찰관을 향해 역공을 취한 이상 검찰이 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를 받고 수사에 착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특별감찰관이 비리를 밝혀내 우 수석을 찍어내려 했지만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우 수석의 판정승으로 끝나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