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섣부른 '집값 바닥론'을 경계한다

  • 등록 2016-04-21 오전 5:20:00

    수정 2016-04-21 오전 5:20:00

[이데일리 조철현 건설부동산부 부장] “이젠 집값 좀 오르는 건가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하는 질문이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최근 들어 주택시장에는 봄 기운이 완연하다. 집값 주간 동향 등 주요 부동산 관련 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주택 경기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택시장이 바닥을 친 게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사실 집값 바닥 탈출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주 전국 아파트값은 0.03% 상승했다. 서울은 0.09% 올랐다. 벌써 6주째 상승이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최근 일주일 새 0.49% 뛰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2단지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블레스티지’가 고분양가에도 분양 대박을 터트린 게 영향을 미쳤다.

경매시장도 달아올랐다. 부동산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법원경매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71.9%로, 전월 대비 1%포인트 오르며 두달 연속 상승했다. 평균 응찰자 수도 물건당 4.4명으로 지난해 9월(4.5명)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집값이 약세를 보이던 지난해 말과 올해 초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분양시장도 청약 열기가 뜨겁다. 서울과 부산 등 주요 지역으로 중심으로 1순위 청약 마감 단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미분양 아파트도 속속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5만 5103가구로 작년 말 이후 2개월간 10.4% 줄었다. 요즘 부동산 시장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화색이 돈다’는 말이 딱 어울릴 법하다.

이렇다보니 시장에서는 집값 바닥론이 서서히 힘을 얻고 있다. 이미 바닥을 쳤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주택시장 속내를 들여다보면 바닥을 논하기는 섣부른 감이 있다. 비록 시장은 회복세를 보이지만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고, 이 또한 언제까지 지속될 지도 미지수다.

집값만 따져봐도 지난 주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강남권 등 6개 자치구만 오르고 나머지 지역은 모두 보합세를 나타냈다. 수도권 신도시도 일산·산본은 소폭 상승한 반면 평촌·분당은 하락했다. 주택 거래도 주춤한 편이다.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국토부 자료)은 7만 7853건으로 전월(5만 9265건)보다 31.4%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달(11만 1869건)보다는 30.4% 줄었다. 최근 5년 평균과 견주면 10% 가깝게 줄었다. 분양시장도 돈 되는 곳에만 청약자들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여전하다.

그래서인지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지역과 단지의 국지적인 현상만 보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공급 과잉을 우려해야 할 판이다. 건설업계는 2007년 이후 최대 규모인 약 52만가구룰 지난해에 공급한 데 이어 올해도 37만여가구를 쏟아낼 계획이다. 내년 이후 입주 시점에 공급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바뀜에 따라 그동안 규제 완화 중심으로 흐르던 부동산 정책이 규제 강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 가계부채 증가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도 녹록지 않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주택시장을 지나치게 비관할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과도한 낙관도 금물이다. 지금으로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책 프로그램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주택 구매 심리를 되살리고 부동산시장 회복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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