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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경제지’는 조선시대 전통 농업·음식문화·의학·건축 분야를 집대성한 책으로 농업위주의 백과사전이다. 모두 16개 분야에 걸쳐 113권 54책으로 구성했다. 백성의 실생활과 관련한 분야가 대부분. 농업·목축·어업·양잠·상업 등 생산업 전반과 의학·음식·주거·선비가 알아야 할 일상실용 지식 등 생활 전반을 망라한다. 표제어 1만 8000여개, 자수는 252만자, 인용한 서적도 중국·조선·일본을 아울러 모두 893종이다.
서유구는 당대 최고의 명문가 출신이지만 사대부들이 잡학이라며 무관심했던 농업·기술·의학 등 실용학문에 몰두했다. 특히 조선 후기 당대의 관념적 학문을 ‘흙으로 끓인 국이나 종이로 만든 떡’이라는 의미의 ‘토갱지병’(土羹紙餠)이라고 비판했다.
‘임원경제지’의 완역이 늦어진 건 워낙 내용이 방대한 데다 전문적이기 때문. 곡식농사백과 ‘본리지’, 의학백과 ‘인제지’, 음식요리백과 ‘정조지’, 교양·취미백과 ‘유예지’, 예술문화백과 ‘이운지’ 등에 담긴 정보는 실생활에 곧바로 적용할 만큼 구체적이다. 13년간 ‘임원경제지’ 번역에 매달려온 정명헌 임원경제연구소장은 “풍석 선생은 문헌해석과 편집에 탁월한 천재”였다며 “40대 초반부터 81세에 돌아가실 때까지 평생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임원경제지’는 현재까지 90% 가량 초역을 마친 상태. 필사본 5종과의 비교·감수작업을 거쳐 내년부터 부분적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게 의학과 음식분야다. 한의학 지식을 다룬 ‘인제지’의 경우 허준의 ‘동의보감’ 200년 이후 발전한 내용을 두루 담았다. 음식분야 조리법도 무려 1600여종이 남아 있다. 정 소장은 “건축사, 의복사, 농업사 등 주로 생활사의 분야에서 ‘임원경제지’의 내용은 탁월하다”며 “음식분야에서는 한식세계화 지원은 물론 현대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