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조선사 돈줄 죄나

조선사 빅5 익스포저 62조
부실 징후에 회수 논의
''비난 여론 나올까'' 고민 중
  • 등록 2015-08-12 오전 6:00:00

    수정 2015-08-12 오전 6:00:00

[이데일리 최정희 정다슬 기자] NH농협은행은 지난해 3분기(7~9월)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를 보고 결심했다. 대우조선에 투입된 RG(선수금환급보증)한도를 20억 달러에서 2016년까지 10억 달러로 줄이기로 했다.

마침 올해 상반기 계약이 만료되는 부분이 있어 RG한도를 5억 달러가량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6월말 대우조선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자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이자 대주주인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에 대한 RG한도를 줄이지 말라고 협조 공문을 보냈다. 그 뒤로는 RG한도에 손을 댈 수 없었다.

성동조선해양 등 올 상반기에만 5개 조선사가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가 올해 연간 총 5조6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조선업체 부실 징후에 대해 시중은행의 꼬리 자르기가 재현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산은과 신경전을 펼치는 시중은행은 ‘회수냐 만기연장이냐’를 두고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 ‘비 올 때 우산뺏냐’는 비판여론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한진중공업의 200억원 신용대출을 놓고 조율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일부 상환하거나 담보를 잡고 금리를 올리거나 하는 등의 방식으로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며 “다른 은행들도 롤오버(만기연장)방식이 비슷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은 조선사에 대한 대출만기 논의는 일반적인 여신 심사과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해당 조선사와 주채권 은행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대우조선의 채권단 관계자는 “조선업이 호황일 때는 너도나도 돈을 빌리라고 하다가 안 좋아지니까 대출을 회수해간다는 것은 은행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역시 채권단이 무작위로 기업을 지원하거나 대출을 회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현재 끼어들기 어렵다”며 “은행과 기업이 서로 조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속에서 만기를 연장해가며 버텼던 조선사 등 한계기업들이 미국의 금리인상 등 외부변수에 의해 벼랑에 내몰릴 수 있어 선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이자보상비율 3년 연속 100미만 기업)은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법인 2만5452개 중 지난해 말 15.2%(3295개)를 차지하고 있다.

5대 조선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미포, 대우조선해양)의 은행권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도 지난달 20일 현재 62조2982억원에 달한다. 익스포저란 은행이 기업에 제공한 대출금, 유가증권 및 지급보증 등으로 기업이 부도가 났을 때 회수가 불가능해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금액을 말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선업이 어려우니까 은행에선 그 부분을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다”며 “은행에 대한 여론이 나빠질 수 있어 그 부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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