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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임씨를 포함한 기존 계약자들은 지난해 말 준공 이후 시행사가 내놓은 ‘최대 27%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안심 계약제 조건에 ‘준공일 이전에 분양조건이 변경된 경우만 해당된다’는 조항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악성으로 분류하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파격적인 할인가로 내놓으면서 곳곳에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제값을 주고 산 기존 계약자들은 할인 분양가에 매입한 사람들보다 많게는 수억원을 더 내고 사야 하기 때문이다.
2007년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해 밀어내기 분양을 한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 사업장들이 대부분 이런 경우다. 경기도 부천 중동리첸시아와 파주 푸르지오 등의 경우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최대 40%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해 기존 계약자의 반발을 샀다. 금호건설 등 일부 건설사는 기존 계약자에게도 할인 가격을 적용하는 등 달래기에 나섰지만, 대부분의 계약자는 그만큼 손해를 보게 돼 계약을 해제하는 등 파장이 컸다.
임씨가 입주한 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단지는 서울 중구 흥인동에 위치한 주상복합아파트 ‘청계천 두산위브더제니스’다. 2007년 처음 사업을 맡은 신성건설이 부도를 맞으면서 2009년 아시아신탁이 수탁사로 시행을 맡았다. 공사는 두산중공업이 단순도급 방식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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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는 “분양 이후 3년간 계약률이 전체 아파트(295가구)의 10%에 불과한 30가구에 그쳤지만 아무런 할인 조건을 내놓지 않다가 준공 이후에야 파격적 혜택을 내 건 이유가 뭐겠느냐”며 “전형적인 꼼수 분양”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또 “시행사는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자 500만~1000만원을 되돌려주겠다며 더 요구할 경우 영업 방해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며 “할인 혜택을 받은 계약자들과의 분양가 차이가 1억 5000만원이나 나는데, 이 걸로 입막음하겠다는 게 말이 되냐”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요즘은 기업 윤리가 중요해져 건설사들이 막무가내식 분양마케팅은 하지 않는데 이 사업장은 외국계펀드 등이 대주단에 포함돼 있어 이윤만 따지고 무리수를 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전문위원은 “계약자들도 사전에 계약 보장 조건이 어떻게 되는지, 향후 시장이 어떻게 될지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법적 보호도 못받고 재산상 손해만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